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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자2008경제] 허물어진 경계 … 덩치 키워야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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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07년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 고지를 밟고, 주식형 펀드 규모는 300조원을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새해에도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증권선물거래소 21층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올해 금융산업엔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금융 빅뱅’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재편을 촉발할 금융업계의 내·외부 요건이 무르익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국책은행을 민영화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은행권은 대형 인수합병(M&A)의 핵심에 서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내년 2월)을 앞둔 증권사·자산운용사는 생존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여기에 은행들이 증권사 추가 M&A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보험업법 개정과 생명보험사 상장을 앞둔 보험업계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김형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간 영역 파괴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재편 의지가 큰 새 정부까지 출범한다”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 금융업종의 M&A가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발 ‘금융 빅뱅’=은행권의 ‘새 판 짜기’는 정부 소유 은행에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당선자는 “국책은행을 민영화해 20조∼30조원의 재원을 마련,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산업·기업은행의 민영화뿐 아니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이 매각될 경우 은행권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 부문만 남기고 투자은행(IB) 부문을 대우증권과 합쳐 민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일 특정 금융회사가 산업은행의 IB 부문과 대우증권을 동시에 인수할 경우 업계 선두권으로 부상하게 된다. 기업은행 인수에는 그동안 은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국민·신한·우리에 비해 열세인 규모를 키우기 위해 M&A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 51%를 사기 위해서는 7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일괄 매각하는 방식보다는 여러 회사에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광주은행을 먼저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이번 M&A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실패하면 ‘2류’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M&A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몸집 불리기 나선 증권사=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자통법이 시행되면 덩치가 작은 증권사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특히 IB 업무 강화를 목표로 한 몸집 불리기가 올해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웠던 현대증권은 올해 자산운용사 설립 또는 인수에 나선다. IB·법인영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동부그룹과 메리츠금융그룹도 보험 자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증권사 강화에 나섰다. 최근 동부증권이 2000억원, 메리츠증권이 1500억원을 증자해 일단 실탄을 마련해 둔 상태다.

은행까지 증권 부문 강화에 나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증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기업은행이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상장 요건을 갖춘 회사만도 1200개에 달하는 점을 활용해 신규 증권사는 중소기업의 상장 업무에 특화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보험시장=보험업계는 투자자문업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 생명보험사 상장, 방카슈랑스(은행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확대 시행, 롯데그룹의 진출 등이 시장 판도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여기에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은행권과 외국계 보험사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G·H사 등 중소형 보험사들이 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보·동양·금호 생명 등이 올해 상장을 통해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보인다.

안철경 보험개발원 연구위원은 “상장의 주목적은 덩치 키우기”라며“상장으로 자본력을 키운 뒤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자자문 등 종합금융서비스 제공과 지주사 전환을 쉽게 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장기적으로 국내에도 ING·AIG처럼 보험사 중심의 대형 금융그룹이 등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상장·M&A로 몸집을 키운 뒤 지주사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시장 점유율 20%를 넘어 30%를 향해 달려가는 외국 생보사도 시장 판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염태정·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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