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연극"메디아 환타지" 강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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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올해는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방송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폭을 넓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그러자면 곧 올려질 연극(극단 무천의『메디아 환타지』.2월3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세상이 총총걸음으로 줄달음치는 세밑과 신년벽두에도 돈암동 연습실에서 연극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강수연(30).두꺼운 타이츠에 짧은 반바지,모직 셔츠를 입고 딱딱 끊어지는 동작에 대사를 또박또박 외는 그녀는 분명히「월드스타」의 화려 함이 아니라 만능을 꿈꾸는 진지함의 화신이다. 『연극은 10대때 여러편 했지만 이번은 거의 10년만이고영근 연기를 하고나서 처음이라 각별한 의미가 있어요.주제와 배역이 마음에 들어요.사랑과 변절,남성과 여성의 영원한 시소관계를 처절히 파헤치는 작품인 만큼 인생을 투영한다는 생각을 해요.』 그녀는 자기에게 따라붙는 「월드스타」(87년 제44회 베니스영화제에서『씨받이』로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라는 별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이제 제 나이 서른이에요.연기에 승부를 건이상 앞으로 수십년을 평가받아야 하는데 허울만 가지 고선 안된다고 생각해요.사실 지난해에는 여러가지로 힘들었던 해였어요.그래서 공부하는 자세로 연극을 하게된 겁니다.』 강수연의 연기인생중 아마 지난해만큼 그녀에게 쏠린 관심이「소박한」적은 없었을것이다.전년에 3편(『그여자 그남자』『웨스턴 애비뉴』『장미의 나날』)의 영화출연에 비해 단 한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지 않고 칩거하던 그녀에게 맥주광고의 구 설수는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원래 출연을 자제하는 TV드라마에서는 더더욱 그녀를 보기 어려웠다.그래서인지 지난해 소외당한 『장미의 나날』을 계기로 강수연팬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공부하는 자세로 연기 열중 그러나 이 모든 아쉬움은 연습실에서 새어나오는 그녀의 당찬 대사속에 모두 용해된다.『지난해에는 마음에 맞는 영화가 없었어요.제가 까다롭게 작품을 고른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저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어요.「구미호」「손톱」,그리 고 곽지균감독의 신작 등 프로포즈는 많았지만 저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역이 아니어서 거절했습니다.
그렇다고 배역을 가리는 건 아니에요.그렇다면 왜 이렇게 위험부담이 있고 어려운 연극을 하겠어요.』 새해엔 좋은 소식을 기다려도 되느냐는 질문에 월드스타는『나이를 못느끼며 산다』며『지난해는 사회적으로,개인적으로 어지러웠던 해였는데 올해는 조용하고따뜻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우문현답한다.여름에는 연극에서연마된 모습을 스크린 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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