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영화 속 정사신 부럽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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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한 외국 영화의 기묘한 정사 장면이 화제가 됐었다. 그 독특한 체위에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표했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그리 권할 만한 게 아니다.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상적인 남녀의 성기 구조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성이 왼쪽, 여성이 오른쪽에 마주 보고 섰을 때 남녀의 자연스러운 성기 각도는 1~2시 방향을 가리킨다. 성행위의 피스톤 운동은 정상 각도의 어느 정도 이내에서 이뤄져야 불쾌감이 적으면서 성 흥분을 고조시킬 수 있다.

특히 남성의 발기를 일으키는 만년필 모양의 물풍선 같은 음경 해면체는 절반 가까이 몸 속에 묻혀 있다. 이 물풍선은 몸 안팎의 부분이 일직선으로 발기돼야 바람직한데
이것이 가운데서 꺾이면 해면체는 불필요한 압박을 받게 된다.

실제로 발기되다가 쉽게 풀리는 정맥성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자위 시에 엎드린 채 온몸의 체중을 실어 성기를 바닥에 비비는 위험한 방식을 고수한 사람이 꽤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성기를 아래로 꺾은 채 압력을 가하는 사람에게 더 생긴다.

평소의 발기 각도와 질의 내부 각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남성 성기를 아래쪽으로 꺾은 채 행하는 체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방식은 정상위·후배위 등 일반적인 체위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주로 남녀가 머리를 반대 방향으로 하고 각자 눕거나 엎드려 성기만 닿은 채 성행위를 할 때 이렇게 성기가 꺾이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체위다.

이외에도 남성의 성기는 정상 각도를 유지하나, 여성의 성기 방향과 크게 어긋나게 삽입하면 여성에게 성교통이나 성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성의 허리를 지나친 각도로 구부리거나 몸을 심하게 비튼 체위도 해롭다. 잘못된 체위로 여성이 통증이나 불쾌감에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좋아서 그러는 것으로 착각하면 우매한 남성이다.

물론 남성의 성기는 딱딱한 뼈가 아니고, 여성의 성기도 뼈에 뚫린 딱딱한 터널은 아니다. 남녀의 성기는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어 웬만큼은 굴곡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방향과 위치를 너무 벗어나면 성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비록 안전한 체위라 해도 성행위 시 다소 주의를 요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조루나 여성의 불감증에 치료 목적으로도 권고되는 여성상위가 그렇다. 이 체위로 과격한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음경이 빠지면서 여성의 체중에 눌려 심하게 꺾이면, 해면체가 손상되고 음경이 휘는 페이로니병(음경만곡증)이나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상위를 피하는 것은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는 꼴이다. 음경이 빠지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쾌락이 적절히 배합된다는 점에서 술로 치자면 ‘칵테일’이다. 매번 똑같은 방식보다는 체위나 방식의 변화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칵테일은 아무 것이나 마구 섞거나 지나치게 한쪽 맛만 강조하려다 보면 이상해진다. 서로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해 가며 우리 부부만의 칵테일을 만들어 보자. 거칠게 섞어서 마구 흔들어대다가 한숨에 원샷 하는 것은 폭탄주이지 칵테일이 아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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