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 투자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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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07년도 증권시장이 28일 폐장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1.49포인트 떨어진 1897.13으로 마감했다. 올 초에 비해서는 32.25% 상승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코스피 3000 시대를 기원하고 있다. 내년 증시는 1월 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사진=안성식 기자]

 내년부터 외상 주식거래가 어려워진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할 때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적어도 40%는 자신의 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섯 개 종목 중 하나꼴로 주식 매입자금의 30%만 있으면 주식을 살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이 같은 내용의 증권업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식 투자자가 신용거래를 할 때 증권사에 내는 보증금인 신용거래보증금률의 하한선을 40%로 정했다. 신용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담보유지비율도 최저 140%가 되도록 했다. 담보유지비율은 증권사가 신용거래의 담보로 잡은 고객 주식의 평가금액을 고객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금액으로 나눈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까지는 고객이 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려면 3000만원의 자기 자금만 있으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적어도 4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렇게 자기 돈 4000만원과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로 빌린 6000만원으로 1억원의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떨어져 평가금액이 8400만원 밑으로 줄어든다면 고객은 추가로 담보를 내놓거나 증권계좌에 돈을 더 넣어야 한다. 처음 투자했을 시점의 담보유지비율은 167%(1억원÷6000만원)지만 84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140%가 안 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신용거래 규제안은 빚내서 하는 주식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신용거래에 따른 이자수익을 벌고 주가가 떨어져도 담보를 확보하고 있어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신용거래를 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손실과 함께 8~9%대의 이자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감독 당국은 올해 초 미수거래를 막기 위해 신용거래를 장려했다. 그러나 신용거래 규모가 지나치게 불어나자 이를 다시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올 초 5000억원을 밑돌던 신용융자는 6월에 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당국이 증권사별 총액 제한과 같은 규제를 들이댄 7월 이후에는 다소 주춤해져 현재 4조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거래를 포함한 증권사 전체 신용 공여 규모는 11월 말 현재 11조원에 육박해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최근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금감원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거래와 주식청약자금대출·증권매입자금대출·예탁증권담보대출을 모두 합친 증권사의 신용 공여 규모는 6월 현재 12조2434억원으로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3월(5078억원)의 24.1배로 커졌다.

글=안혜리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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