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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우승자보다 더 빛난 무관의 스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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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승컵 없는 스타들. 이들은 승부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 준 특별한 존재들이다. 승부 세계는 '우승'이 첫째인데 2007년에 처음 등장한 무관의 스타들은 웬만한 우승자보다 더 많은 화제를 뿌리며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창호 9단이 세웠던 불멸의 기록을 두 개나 갈아 치운 목진석(사진(左)) 9단, 초단으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한상훈(中), 막판 5연승으로 한국에 정관장배 세계여자대회 우승컵을 안겨준 이민진(右) 5단이 그들이다.

◆신기록 제조기=영원한 전설일 것으로 생각되던 이창호 9단의 기록 두 개가 올해 '괴동' 목진석 9단에 의해 깨졌다. 바로 연간 최다 승과 연간 최다 대국이다. 목진석은 12월 13일 2007 마스터스 토너먼트 3회전에서 강동윤 7단을 꺾고 91승을 거뒀다. 이창호 9단이 자신의 전성기인 1993년에 세운 90승을 14년 만에 깨뜨린 것이다. 목진석은 현재 93승29패. 승률에서도 1위 이세돌(78%)에 이어 2위(76%)다. 그는 또 이창호가 14세 때 세운 연간 최다 대국 111국을 훨씬 넘어서 122국을 기록 중이다. 휴일도 없이 3일에 한 번꼴로 대국해 이기고 또 이겼으나 목진석 본인의 아쉬움대로 우승컵은 하나도 없다.

◆초단 돌풍=한상훈 초단은 지난해 12월 간신히 프로가 됐고 수습 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 대회에 나섰다. 그런데 무수한 강자들이 그의 제물이 됐고 알짜 대회에선 더욱 강했다. 첫 대회인 KT배 왕위전에서 도전자결정전까지 가더니 삼성화재배 세계대회에선 7연승으로 8강. 그다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기어이 결승에 올라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오른 초단이 됐다(결승전 상대는 이세돌 9단). 그의 뒤를 따라 많은 초단이 대활약하며 2007년 화제의 '초단 돌풍'을 일으켰다. 19세.

◆기적의 5연승=정관장배는 한.중.일의 여자 단체전이다. 한국 팀에서 이민진 5단 한 사람이 남았을 때 중국(3명)과 일본(2명)의 대표 5명이 남아 있어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이민진은 이들 5명을 차례로 꺾고 한국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이민진이 아직 우승이 한 번도 없는 기사였기에, 그리고 다섯 판이 모두 역전승이었기에 이 기적적인 드라마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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