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열 명과도 안 바꾼다는 이 당선자의 메시지 조율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명박 당선자는 26일 첫 인수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김윤경(33).이진영(32) 메시지 비서를 찾았다. 배석했던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운 뒤 이경숙 인수위원장에게 "남자 10명 하고도 안 바꾸는 여성들"이라고 직접 소개했다고 한다.

김.이 비서는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모든 말을 정리하고 밖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당선자의 강연과 회견.유세 등에 담긴 모든 메시지가 두 사람의 손끝에서 정리됐다.

핵심이 가장 나중에 등장하는 미괄식 화법의 소유자인 이 당선자의 다변(多辯)도 두 비서의 손을 거치면 매끈하게 정돈된 문장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캠프에선 김.이 비서에 대해 "당선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란 얘기가 나돈다. 이 당선자도 평소 "남자 전부와도 안 바꿀 사람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방송.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던 김윤경 비서는 1998년 서울시 홍보과에서 전문 계약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2년 이 당선자가 시장으로 취임하며 신설된 대변인실에 발탁돼 이 당선자와 인연을 맺었다. 헌신적이고 성실한 업무 스타일로, 대선 기간 중 하루 4~5시간 자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현장을 누볐다. 이 당선자의 언론 인터뷰 때 외부로 공개될 발언을 미리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당선자와의 인연은 이진영 비서가 더 오래됐다. 이 비서는 2000년 5월 이 당선자가 LK-e뱅크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비서로 입사했다. 2001년 퇴사한 뒤 잠시 인연이 끊어졌지만, 2002년 초 이 당선자의 저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다시 인연이 닿았다. 당시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이 당선자가 "캠프에서 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비서는 LK-e뱅크에 근무한 이력 때문에 대선 기간 중 'BBK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대선 기간 중 과로로 병원 신세를 지면서까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열중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