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초선 19명 "백의종군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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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전면 쇄신론을 제기했던 대통합민주신당 초선 의원 19명이 27일 노무현 정부.열린우리당의 간판 역할을 했던 당내 인사들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표현은 백의종군이었지만 내용엔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검토하라는 압박이 포함됐다.

초선 모임을 이끌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현 정부에서 총리.장관을 지냈거나 (열린우리)당에서 의장.원내대표를 한 분들에게 백의종군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의종군엔) 당의 전면에서 물러나는 2선 후퇴도 있고 총선 불출마도 있다"며 "(무엇이 될지는) 이분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거론한 '쇄신 대상'은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영.김근태.문희상.신기남.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다. 노무현 정부의 당정 핵심 인사들이다.

특히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신기남 의원은 2000년과 2001년 당시 권노갑 최고위원 등을 겨냥해 민주당 내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주역들이 이젠 초선 의원들에 의해 2차 정풍운동의 대상이 된 셈이다.

초선 모임 19명의 당 쇄신론이 당시처럼 폭발적으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2000년과 2001년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란 여당 내 차기 지도자군이 정풍운동의 중심점이었다. 그러나 이번 쇄신론 의원들은 지난 신당 경선에서 정동영 전 의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를 지지했던 의원들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들을 묶을 중심점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김한길 "친노 물러나라", 이해찬 "남 탓 공세는 말아야"=김한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말 실수 몇 번 빼고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냐'던 사람들은 앞줄에서 물러나 자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노 진영의 2선 후퇴를 주장한 것.

반면 이 전 총리와 김형주.백원우 의원 등 친노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 정치의 새로운 모색'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활로를 모색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가 반성보다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제각각 살길 찾기에 나서면 한국은 특권층을 위한 나라, 천민자본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민주화 훈장 시대 지났다"=손 전 지사는 이날 백범기념관에서 자신의 정치 조직인 선진평화연대 송년 행사를 열고 "민주화운동 훈장을 뻐기면서 달고 다닐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정치는 과거의 경력이 아닌 현재의 일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고 민주화 세력의 환골탈태론을 제기했다. 이날 행사엔 정성헌 선진평화연대 대표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채병건.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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