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 아이 막 낳았는데 … 집 넓히고 학자금도 마련했으면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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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Q: 30대 회사원입니다. 지난해 결혼해 얼마 전 아이를 낳았습니다.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할 것 같아 지금 집을 매물로 내놓고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또 주택마련저축이나 주택청약예금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앞으로 아이의 학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A:금융기관에 근무하는 박모(34)씨는 8년차 직장인으로 결혼 전부터 착실하게 재테크를 해 지금 재산이 5억원대다. 비슷한 연령대의 직장인에 비해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결혼 2년차에 아이까지 생겨 좀 더 체계적인 자산 관리·운용이 필요한 때다.

#집 넓히기는 조금 뒤로 미뤄라

박씨는 자녀 출산과 투자 차원에서 현재의 아파트(서울 광장동·82㎡)를 팔고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집 넓히기는 두 가지 이유에서 잠시 뒤로 미룰 것을 권한다. 첫째는 지금 가지고 있는 아파트의 가치 측면이다. 현재 아파트를 팔아서 박씨가 원하는 넓은 평수에 편리성과 쾌적성 등 투자성까지 함께 갖춘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아파트는 비교적 생활이 편리하고 주변이 꾸준히 개발되는 발전 가능성이 큰 곳이다.

둘째는 재테크의 효율성 측면이다. 박씨는 지금 빚이 없다. 생활비 이외 자금 대부분을 저축해 재산을 불리고 있다. 집을 넓혀 이사하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로 인한 빚과 여유자금 감소는 기회비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일부 특정 지역 이외에는 금융자산 수익률보다 높지 않을 것이다. 금융자산을 불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앞으로 집을 넓힐 때 투자 목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자녀 교육 및 실거주 여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직은 결혼 초기이고 아이가 어려 교육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 이럴 때 금융자산을 많이 늘려 놓기를 권한다.

#안정성 위주인 현재 금융상품을 바꿔라

박씨는 나름대로 자산을 잘 운용해 왔다. 목돈 모으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여유자금을 비과세 상품이나 연말정산 시 세금 혜택을 받는 상품 위주로 운용해 수익률이 낮다. 박씨가 선택한 상품은 세금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본인의 재무 목표와 계획에 맞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 박씨는 향후 주택 확장, 자녀 양육·교육비와 노후자금 마련 등에 재무 목표를 맞춰 상품 구성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먼저, 월 100만원씩 넣고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줄이자. 이 상품은 비과세가 장점이나 금리가 낮아 비과세 효과가 작다. 월 100만원씩 적립하는 것도 자산 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장기주택마련펀드로 바꿔 적립하고, 월 적립액도 소득공제 한도인 62만5000원으로 줄이자(한 해 불입액의 40%, 300만원 한도). 장기주택마련펀드는 비과세와 소득공제 등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면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박씨가 넣고 있는 3개의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운데 2009년 12월 만기인 4500만원은 해지하고 나머지 두 계좌는 2012년 12월이 만기이므로 추가 납입 없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기주택마련펀드를 새로 개설해 62만5000원을 넣기를 권한다. 여기서 생기는 목돈 4500만원과 월 불입액 여유자금 37만5000원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또 청약예금 1000만원은 현재 박씨가 집이 있고, 청약가점제 분양에 따른 통장으로는 큰 의미가 없으므로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이 좋다.

#랩 어카운트와 어린이 펀드를 활용하라

박씨는 장기주택마련저축 1개의 해지액 4500만원, 청약예금 해지액 1000만원과 근로자우대저축 만기액 3500만원 등 90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줄이면서 37만5000원, 근로자 우대저축 만기에 따른 50만원의 저축 여력 등 매달 87만5000원을 적립할 수 있다.

9000만원은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 계좌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에서 펀드별 상관관계 등을 분석해 우량한 펀드들로 구성한 펀드 묶음이다. 개인이 주관적으로 특정 펀드를 선택하는 것보다 낫다. 월 여유금액 87만5000원 가운데 57만5000원도 적립형 랩 어카운트를 활용하자.

그리고 나머지 월 20만원 정도는 어린이 펀드에 가입해 향후 자녀 관련 비용으로 쓰는 것이 좋다. 아이의 대학 학자금과 결혼 자금이 필요할 때는 박씨가 은퇴할 무렵이거나 은퇴 이후라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갓 태어난 아이의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지금부터 준비하면 박씨는 20~30년 뒤 부담을 덜 수 있다. 박씨는 개인연금·연금신탁 등으로 노후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낮은 편이다. 개인연금과 연금신탁은 금융회사 간 이전이 가능한 상품이다. 따라서 최근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펀드형 상품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박씨는 종신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부인과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한 보험이 없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하면 재무 목표 실행에 차질이 생기므로 부인과 자녀를 위한 월 3만~7만원 선의 보험 가입을 권한다.

◆이번 주 자문단=김기영 미래에셋증권 도곡지점장, 백미경 하나은행 성북동지점장, 이용광 메트라이트 조은지점장, 김태훈 더브릭스 개발사업부 이사(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신문 지면 상담 신청=팩스 02-751- 5552/e-메일 또는 yonnie@joongang.co.kr>(효율적인 상담을 위해 본인 연락처와 자산 현황, 월 현금 흐름, 상담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시기 바랍니다).

정리=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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