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날아온 20년 묵은 크리스마스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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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였던 어제, 미국 오리건주의 애쉬랜드에는 ‘특별한’ 성탄 카드 34장이 날아왔다.

‘보내는 사람’ 주소란에는 ‘천국’(Heaven)이라 쓰여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나는 ‘빅 가이(대장이나 높은 분을 가리키는 속어로 여기선 하느님을 뜻함)’께 여쭤봤어. 몰래 잠깐 나가서 카드 몇 장을 보낼 수 있는지 말야. 처음에 그는 안 된다고 하시더군. 하지만, 계속 조르니까 그 분은 ‘좋아, 그렇다면 잠깐 다녀오게. 하지만, 오래 있지는 말아’라고 하셨어.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말해주고 싶지만 말로는 설명이 안 되네. 빅 가이께서 처음 나를 여기 받아줄 때도 특별히 봐준 거라고 하니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아. 하지만, 아마도 당신을 금방 만나게 될 것 같아(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말야). 메리 크리스마스! 체트 피치 씀”

체트 피치는 두 달 전인 10월,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살아생전 이 마을의 정겨운 이웃이었다. 25년간 친구였던 데비 핸슨 버나드는 “카드를 보고 생각난 건 ‘이 고약한 녀석’이라는 것”이라며 “체트는 항상 마지막까지 웃고자 했다”고 추억했다.

그렇다면 이 카드는 정말 천국에서 보낸 것일까.
실제 이 카드를 보낸 주인공은 그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발사. 피치는 20여 년 전부터 이발사에게 이 이벤트를 부탁했다. 그는 가끔 카드를 보낼 주소 리스트를 추가하거나 우편 요금이 오를 때마다 돈을 더 주곤 했다고 한다. 올 가을, 피치는 이발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네도 카드를 도대체 언제 보내나 몸이 근질근질할 거야. 아마도 올해엔 가능할 걸.”

이 말을 하고 1주일 뒤, 그는 우편물의 발신지인 천국으로 떠났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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