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도 뮤지컬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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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소극장에도 뮤지컬 바람이 일고있다.올들어 세차게 밀어닥친 뮤지컬 붐을 타고 주로 대극장에서 이뤄지던 뮤지컬 공연이 중.소극장 무대를 파고 드는 것이다.이는 대형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예술의 전당 등 2~3곳에 불과한 데 비해 최근대작중심으로 대관 신청이 크게 몰리면서 ▲마땅한 대형 공연장을구하지 못한 극단이 늘어난데다 ▲아예 처음부터 장기공연을 노리고 대관날짜가 2~3주로 한정된 대극장보다 중.소극장을 택하는곳이 늘고 ▲대형 뮤지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초기투자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극단 민중(대표 박봉서)은 내년 1월7일부터 『약속 또 약속』(대학로 제이아트홀)을 공연하며 극단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김상열)는 내년 1월12일부터 『그리스 로큰롤』(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을,극단 뮤지컬컴퍼니 대중(대표 조민) 은 31일 『아가씨와 건달들』(인켈아트홀1관)로 창단공연을 가지며 중극장에선 극단 에이컴(대표 조민)의 『심수일과 이순애』(예술의 전당 토월극장)가 내년 1월27일 개막된다.또 이달초 막을 올린극단 별자리 정신극회(대표 김정일)의 『별님들은 세상에 한사람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학전소극장)와 91년 6월 이래장기공연중인 극단 대중의 『넌센스』를 포함하면 내년초 소극장 무대는 뮤지컬 홍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많아야 1년에 5~6편 정도던 소극장 뮤지컬이 이처럼 급증한것은 최근 연극계의 「뮤지컬 강세」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뮤지컬의 일반화.대중화에 가속도가 크게 붙었음을 의미한다.
무기한 공연을 선언하고 나선 『약속 또 약속』(닐 사이먼 작.박봉서 연출)은 80년대초 『아가씨와 건달들』로 이 땅의 뮤지컬 붐을 선도한 주역중 하나인 민중극단이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작품.지금 은 고전이 된 셜리 매클레인,토니 커티스 주연의 영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닐 사이먼이 뮤지컬로 각색한 이 극은 6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돼 1천2백81회의 장기공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대개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일단 무대에서 히트한 뒤 영화화되는 것에 비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약속…』은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이 뮤지컬은 대 생명보험회사의 말단 직원이자 여자들에게 인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척크박스터가 애인이 없다는 이유로 남에게 자신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주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사원 프랜 쿠벨릭과 행복한 결혼을 약속한다는 줄거리의 코미디물.
척크 박스터 역에는 기주봉.신종수가,프랜 쿠벨락 역에는 노영화.조성희가 더블 캐스팅됐으며 박기산.조은선등 민중의 주요 단원들이 열연한다.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 『RainDrops Fall in On My Hat』」의 작곡자 버트 바카라크 작곡의『I'll Never Fall in Love Again』등 귀에 익은 히트 넘버 13곡이 감칠맛 나는 율동과함께 소극장 뮤지컬의 참 맛을 더해준다.
『그리스 로큰롤』(짐 자코브 작곡.워렌 캐세이 작사,배해일 연출)은 뮤지컬보다는 70년대말 존 트래볼타 주연의 영화 『그리스』로 더 유명한 작품.로큰롤의 개화기인 50년대를 배경으로미국 청소년들의 생활상을 그린 이 뮤지컬은 고교 졸업반 대니와샌디가 벌이는 로큰롤 댄스파티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미국 안무가 엘리 패츠를 초청,브로드웨이 안무의 진수를 선보이며 신시뮤지컬컴퍼니 전속 그룹사운드 「보스」가 연주를 맡아 신명나는 록리듬을 쏟아낸다.
또 기존의 뮤지컬이 흥행을 고려해 연극계 외의 대중스타를 대거 주역으로 캐스팅하기 일쑤던데 비해 뮤지컬 전문배우와 단원들만으로이뤄지는 전문 뮤지컬이란 점이 또하나의 특색.뮤지컬 전문배우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남경주가 주원성 과 데니역에더블 캐스팅됐고 샌디역에는 뮤지컬 스타로 발돋움한 최정원.강효성이 번갈아 출연한다.
『아가씨와 건달들』(조민.이인철 연출)은 극단 대중이 새로 뮤지컬 컴퍼니를 창단하고 기념공연으로 새단장해 선보이는 작품.
장영주.김완식.최정연등 87년부터 이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들을 축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심수일과 이순애』(이상우 작.연출)는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골격을 바탕으로 현대판 순애보를 그린 뮤지컬 코미디 멜로물.이 극은 놀이성을 극대화해 멜로드라마에 코미디와 춤,그리고 노래가 어우러지는 일종의 악극 형식으로 꾸며 진다.에이컴의 창단 두번째 작품으로 제작비만 5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목포에 있는 극장식 카바레의 무명배우 심수일과 이순애의 사랑이 서울 유흥업계의 대부 김중배를 만나면서 파경에 이른다.이를 악물고 스타가 된 심수일은 거지가 된 순 애와 밤무대에서 만나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잃어버린 사랑을 확인한다는 게 줄거리.
가수 이상우가 이휘재의 군입대로 공석이 된 수일역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며 탤런트 나현희가 순애역을 맡아 뮤지컬 데뷔 무대를 가진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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