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뒤 김현종 유엔대사(전 통상교섭본부장·<右>)가 카란바티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右>
김현종 유엔대사 (전 통상본부장)
김현종 유엔대사(48.전 통상교섭본부장)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시킨 주역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FTA를 결심하게 만든 것도 그였고, 막판 협상에 직접 나서 팽팽한 거래를 마무리 지은 것도 그였다. 최종 시한을 48시간 연장하는 진통 속에서도 그는 비장한 자세로 상대방을 거칠게 밀어붙였다.
"당신(미국)들이 계속 우긴다면 이제 남은 것은 '고통 없는 죽음(painless death)'뿐이다."
"쌀 개방이란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바로 그 순간 협상은 결렬된다."
김 전 본부장은 힘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강의 미국 협상팀에 맞서 대등한 협상을 성공시켰다. 항상 미국의 요구에 밀리던 과거 통상 교섭과는 달랐다. 노련한 미국 협상팀도 그를 'FTA 전사(戰士)라 평가했다. 그는 '제3의 개국'이란 빗장을 열어젖혔다.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 극적 타결에 이르기까지 10개월간의 한.미 FTA 대장정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의 아들인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1급)으로 영입됐다. 미국 변호사를 거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 법률 자문관을 지내는 등 국제통상 흐름에 밝은 인물이다. 꿈도 영어로 꿀 정도다. 집무실에 걸린 '인생은 고달프다. 멍청하면 인생은 더 고달파진다'는 좌우명에서 그의 승부사 기질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국제 협상력을 인정받아 올 8월 유엔대사에 발탁됐다. 유엔에서도 그는 53개 아시아 회원 국가로 구성된 아주그룹 의장을 맡는 등 다자 외교 무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