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리의미국유학통신] 유학생 학부모께 드리는 당부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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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칼럼입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보’가 아니라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은 약 10만 명가량으로, 미국에 유학하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에서 1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 인구를 66억 명으로 잡고, 한국의 인구를 5000만 명 정도로 잡으면 한국 인구는 전 세계 25위로 0.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생들로만 보면 한국은 1위입니다. 미국 유학생 비율이 산술적 인구 비율의 20배가 넘는 것입니다. 한국 부모님들의 극성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통계입니다.

미국에 사는 제가 볼 때 한국인들은 좋은 품성을 몇 가지 갖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교육열입니다.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전 세계 1위의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열정은 미국 유학생 1위라는 놀라운 기록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정부가 도와준 것도 아니고, 사회단체가 길을 열어준 것도 아닙니다. 앞서간 사람들은 경험담을 남기고, 그 뒤를 이은 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민간 자력에 의한 교육 문화 혁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럼 한국 교육은 이렇게 정열적으로 투자하는 만큼 효과를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쎄요…’라고 대답하는 편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볼 때 한국 학생들이 다른 민족과 비교할 때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1위의 투자만큼 전 세계 1위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듯합니다.

이런 ‘비효율성’과 관련된 증언은 이미 여럿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학생들은 대학 들어가는 것까지는 잘하는데 미국 토론식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 학생들은 명문대 졸업까지는 잘하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무언가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공부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 옛날 한국에서 교육받았던 ‘점수 올리기’ 방법으로 아이들을 계속 가르쳐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미국에 사는 제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성 교육과 학업의 조화’와 ‘토론 위주의 공부 방법’, 그리고 ‘아이덴티티 교육’입니다.

아직도 한국의 교육은 인성 교육보다는 학업을 으뜸으로 치는 것 같습니다. 한국 학생들을 볼 때 ‘좀 더 남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관대함을 좀 더 배워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토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한국도 ‘논술 도입’ 등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논술마저도 이전의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화 시대에 절실한 아이덴티티 교육은 아직 문제 제기 수준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그 무서운 교육열이 제대로 된 교육 방법론과 결합해 전개된다면 커다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케빈 리 미국 미주교육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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