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이 반덤핑을 부른다-가트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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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反덤핑조치를 가장 빈번히 취하는 나라들이 반덤핑조치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반덤핑조치가 반덤핑조치를 부르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는 것.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의 보고서에 따르면 92년에서 94년 사이 가장 빈번하게 반덤핑조사를 실시한 미국을 비롯해 왕성한 반덤핑조사활동을 벌인 10개국중 다섯 나라가 반덤핑조사대상국 순위 10위 안에 들어 있다.장벽이 장벽을 낳고 있는 것이다.반덤핑조사건수 8위인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중국.미국에 이어 4번째로 반덤핑조사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반덤핑조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나라들의 선봉장은 미국과 유럽.93~94년 이들 두 나라(지역)는 각각 47건의 반덤핑조사를 벌여 조사활동건수에서 공동 1위를 차지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반덤핑조치 실시건수에서도 이들 양대 진영은 올 들어 지난 6월 현재 각각 3백6건과 1백57건을 기록해 1,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이들은 반덤핑조사를 단골로 받고 있기도 하다.EU는 92~94년중 역내(域內)기업들이 89건이나 반덤핑조사를 받아 조사대상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도 45건을 기록해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지난 15일 피터 서덜랜드 GATT 사무총장은 내년 1월 1일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의 발효를 앞두고 각국 정부가 자국(自國)의 특정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협정의 신축성을 남용하거나 협정의 조문.정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협정 자체가 와해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로이터통신은 이같은 경고가 미국과 EU를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했다.개발도상국출신을 비롯해 각국의 많은 무역관계자들 또한 UR 발효 와 세계무역기구(WTO)출범 후에도 무역강국들이 반덤핑조치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WTO라는 새로운 세계무역의 장 역시 강대국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역관계자들은 또 WTO체제의 시동을 앞두고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자유무역지대화의 바람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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