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차세대 제조혁명 시동-제품개발까지 하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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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차세대의 제조혁명이 미국에서 진행중이다.미국 회사들은 비행기.자동차와 심지어 부엌 난로까지 새로운 제품의 기획과 제조를 부품 공급업자에 더욱 의존함으로써 이들 제품을 시장에 더욱 빠르고 싸게 내놓고 있다.
생산을 싼 임금의 하청업체에 맡겨 인건비를 줄인 80년대와 달리 최근의 혁명은 제품 개발업무를 하청업체에 주어 개발비용을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싸게 만드는데만 몰두하던 하청업체는 이제 새로운 조사와 개발부서에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다.
월풀社는 가스 버너시스템의 엔지니어를 채용하지 않고 첫 가스레인지제품을 만들고 있다.가스레인지 디자인은 가스 밸브등을 만들어온 하청업체 이튼社가 고안한 것.
크라이슬러社는 자동차 의자에서부터 구동(驅動)축까지의 디자인에 부품 공급업체를 잘 활용함으로써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돈을 덜 들이고 새로운 차를 개발할 수 있었다.지난 3년간 이 회사가 재기한 중요 배경이다.
대기업들은 이제 그동안 신주 모시듯 해온 경영방침을 포기하고있다.부품공급업체를 서로 경쟁시키는 관행은 단일 공급업체와 장기간 계약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제 부품 메이커가 최종 조립업자보다 새로운 부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보잉社「777」비행기의 경우 종전 모델에 비해 주문부터 제품인도까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단지 컴퓨터 덕 때문이 아니라 보잉사와 부품 업체간「상호존중과 신뢰」때문이다.
시카고 컨설팅 회사인 A T 키어니社에 따르면 부품업체를 생산.개발과정에 적절히 활용하는 기업은 구입 부품과 서비스비용을3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기업정보가 부품공급업체에서 새어나가는 데 있다.
포드社는 그래서 부품공급업체에 포드에 관한 모든 정보는 비밀이라는 경고성편지를 보냈다.
또 핵심사업까지 부품 공급업체에 맡긴다면 모기업의 설땅이 없어진다는 우려를 기술진들은 하고 있다.
그러나 맥도널 더글러스社는 종전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이들 나라로부터 비행기 구입주문을 더 받으려는 희망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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