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내들 회사로 모셔‘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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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툴링계획팀 직원들이 22일 울산시 무료급식소 ‘나눔과 섬김의 집’을 찾아 불우노인과 함께 노래자랑을 하며 송년회를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에서 각종 장비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툴링계획팀 직원 25명이 22일 가진 송년회 장소는 남구 신정동의 무료급식소 ‘나눔과 섬김의 집’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주택운영부 50여명은 11일 가족의 손을 잡고 아산체육관에서 ‘러시아 국립 아이스발레단 초청공연’ 을 관람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울산지역 직장 송년회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밤 늦도록 흥청망청 술판을 벌이던 것이 가족·이웃을 배려하며 보람과 의미를 찾는 행사로 바뀌고 있다.

◆이웃 돕기=현대차 툴링계획팀은 한햇동안 마련한 송년회 비용 300만원으로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들에게 온종일 팥죽·떡·돼지수육을 대접하고 노래자랑을 벌이는 등 흥겹게 어울렸다. 그래도 돈이 남자 노인들의 손에 일일이 우산을 쥐어주고 주방용품도 마련해줬다.

S-Oil 울산공장 직원들은 이달초 자매 어촌마을인 당사동 노인정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진입계단을 고쳐주고 김치냉장고와 청소기 등 900만원어치의 물품을 기증했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의 FCC(중질유분해공장) 생산팀 직원 100여명은 송년회를 대신해 24일 장애인 아동 복지시설인 ‘나눔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해양축구회와 어울림족구회는 1년 동안 다치거나 가정이 어려운 동료들에게 송년회 비용을 모두 전달했고, ‘풍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우아동을 초청해 매직풍선쇼를 선보이고 책·옷을 선물했다.

◆가족과 함께=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부는 회사로 아내를 초청, 틈틈이 연습한 연극·꽁트·장기자랑을 선보이며 한햇동안의 내조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의장 3부 관리직 사원 부부 16쌍은 가수 신승훈 콘서트를 관람하며 한해를 되돌아봤다.

이 회사 홍보팀의 이준우씨는 “이달 들어 매일 10여건씩 접수되는 송년모임 공고 가운데 80~90%가 부부 또는 가족동반 모임”이라고 전했다.

현대차 툴링계획팀 김영만 부장은 “여러차례 술자리를 옮겨가며 몸이 망가지도록 마셔야 송년회답다는 인식은 사라졌다”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해를 보내면서 간직할 만한 의미를 남겨보자는데 전 직원이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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