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복지시설 갈곳없는 여성은 다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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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처음에는 이런 시설에 들어오는게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한달여동안 기술을 배우면서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더이상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마음 든든합니다.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 받으며 상처입은 마 음을 달래기도하지요.』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자리한 자매복지회관(원장 方好善.83)에서 만난 중년의 주부 權모(46)씨.
그는 이곳에 입소해있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남편의 구타와 학대에 못이겨 집을 나온 「매맞는 아내」다.
결혼생활 20년,중.고교에 재학중인 4명의 자녀를 둔 주부로수년동안 지속돼온 남편의 학대를 더이상 참고 있을수만 없어 집을 나오긴 했지만 수중에 돈 한푼 없는 權씨를 맞아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수소문끝에 權씨가 한국여성의 전화 주선으로 이곳 자매복지회관을 찾은 것은 지난달.
떠나온 집에 대한 걱정과 남편과의 갈등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그는 복지회관이 직업기술 지도의 하나로 마련한 기계자수를 배우면서 차츰 마음의 여유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몇개월만 더 배우면 기계자수로 돈을 벌수도 있게됐다.
원장.사감선생님을 비롯한 복지회관 관계자의 사랑과 배려로 남편으로부터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반성문」을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다.
자매복지회관은 權씨처럼 남편의 구타와 학대,가정불화등으로 집을 나온 여성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기술을 가르치는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피신처.
뿐만 아니라 부부가 별거하는 동안 상담등을 통해 이혼소송등 법률절차를 돕고 행복한 가정으로 재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한다. 또 무단 가출소녀,무의탁 여성,아이를 낳고 오갈데 없는미혼모들을 무료로 수용.선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91년 사회복지법인 은강회가 건물을 짓고 서울시.보사부가 지급하는 운영비와 후원회원이 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30여명의 학대받는 아내들과 이들이 데려온 20여명의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곳을 거쳐 자립하거나 가정의 품으로 돌아갔지요.아직도 많은 학대받는 아내들이 이런 시설이 있는 줄 몰라방황하거나 폭력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팔순을 훨씬 넘긴 老원장의 말이다.실제로 서울시내만해도 줄잡아 10여군데의 시설에서 무료로 학대받는 여성,저소득모자가정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 사실을 몰라 이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도표참고〉 서울시청 부녀복지과 김영진씨는 『보호자.배우자 없이 18세 미만의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저소득층 모자가정을 위한 아파트식 모자보호시설(무료)이 서울에만도 7군데 1백64가구에 이르고 있으나 이를 몰라 절반가량이 비어있는 상태』라며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모자보호시설은 입소기간이 3년인데다 생계비는 물론 중.고생 자녀가 있는 경우 학자금지원까지 해주고있어 모자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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