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맞수>한국유리.(주)금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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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재도약의 길을 찾아보자.』한국유리의 최영증(崔永增)사장등 이 회사 경영진들은 요즘 틈만 나면 사원들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기에 바쁘다.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면서공세적 경영을 펴고 있는 ㈜금강에 대응하자는 독전( 督戰)의 의미가 강하다.
아직도 한국유리는 국내 제일의 유리업체며 세계 10대 유리메이커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80년대 후반까지 누렸던독보적 위세만큼은 새라이벌의 등장으로 많이 퇴색한 게 사실이다. 한국유리는 57년 9월말 故 이승만(李承晩)대통령이 인천판유리공장 용해로의 화입식(火入式)에 직접 참석,국내판유리 공업의 출발을 알리는 점화를 한 이래 37년이라는 전통을 닦아 온국내 판유리선발업체.
57년 10월말 판유리 시제품을 생산한 이래 70년 11월초경쟁업체로 등장했던「동성(東星)판유리」를 곡절끝에 76년 3월합병하기에 이른다.
대선배인「한국유리」의 신경을 바짝 건드리고 있는 후배「금강」은 86년 유리사업 참여를 결정해서 88년 7월 여주 판유리공장을 완공시킨,판유리에 관한 한 신예업체.한국유리 아성에 도전장을 낸 금강의 판유리생산역사는 이제 6년정도다.
그렇지만 도전의식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같은 경쟁양상을 두고 요즈음 업계에서는『한국유리가 방패라면금강은 창의 입장』이라고 비유한다.
현재 양사의 국내 시장지분은 한국유리와 금강이 각각 60대 40.그러나 양사의 판유리 생산라인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에는 각각 55대 45로 격차가 더욱 좁혀질 전망이다.
한국유리가 사장.부사장등의 합의제 방식이라면 금강은 정상영(鄭相永)회장의 입김이 주로 작용하는 중앙집권식 경영구조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유리 창업을 같이 했던 최태섭(崔泰涉).이봉수(李奉守).김치복(金致福)씨등 창업1세대의 아들들이 함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崔사장은 최태섭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이세훈(李世勳)부사장은 이봉수회 장의 2남,김성만(金聖晩)부사장은 김치복씨의 2남이다.반면 금강의 鄭회장은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59년 금강의 전신인 금강스레트 사장에 취임,국내외를 직접 뛰어 다니며 금강은 물론 主계열회사인고려화학(페인트회사)을 키워낸 경영자 .물론 판유리신규참여도 거의 혼자 판단으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양사의 생산.판매전략도 사사(社史)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인다.한국유리는 올 3월 홍콩에 현지판매법인인「한글라스 아시아」를,중국에는 판유리생산 합작법인인「남우(南宇)유리유한공사」를 대우.중국 남경유리등과 합작설립했다.반면 금강은 아■ 까지 해외판매법인이나 생산법인이 없다.따라서 한국유리가 국제화에서는 한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판매에 있어서도 한국유리는 수요를 예측해서 계획생산을 하는 입장이라면 금강은 생산부터 하고 수요는 창출해 나가자는 방식이다. ***제품전략 한국유리는 다양한 유리제품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한국유리는 판유리.관유리.유리섬유등을 생산하고 계열사인 한국안전유리에서는 자동차용 유리를 생산한다.또 한국전기초자에서는 컬러.흑백브라운관용 유리를 맡는 식으로 7개 계열사 생산제품을 특화시켰다.반면 금강은 후발주자라는 한계때문인지 다양한 제품보다는 판유리.자동차용유리.무늬유리등 한정된 품목의 유리제품을 주로 생산한다.그러나 석고보드등 건축 내장재와 보온단열재.천장재등 한국유리가 생산하지않는 건축자재등을 생산하 는 게 다르다.
***조직분위기 한국유리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속에 꼼꼼히 일을 처리한다는 얘길 듣는다.사장.부사장등 시어머니(?)가 상대적으로 많아 잡음을 일으키기 보다는 다수의 공감을얻자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종업원의 회사소속감이 높고 역사만큼이나 일 추진도 틀림없는 경우가 많다는 평이다. 반면 금강은 결재란을 담당.부장.이사.사장의 4개로 제한하는등 신속한 업무처리체계를 갖춘 게 장점으로 꼽힌다.심지어는구두결재도 가능할 정도다.특히 鄭회장은 회사 등산대회 같은 때면 찌개당번을 자청하는등 파격이 많아 경영층과 종업 원의 결속력이 높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宋明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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