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16."오리진" 책에 얽힌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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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 책은 77년에 처음 나왔다.인류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밝히려는 작업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들을 동원하고,또 영장류학및 문화인류학적인 지식을 끌어들여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현생 유인원의 행태에 대한 관찰의결과가 초기인류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열쇠를 제공해줄수 있다는 점과 함께 호모 하빌리스계통의 화석인류「1470」의발견으로 인류의 기원을 적어도 1백만년 정도 더 밀어올림으로써현생인류가 속한 호모속은 오스 트랄로피테쿠스의 후예가 아니라는강력한 증거를 제시해 주었다는 점들은 중요한 공헌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극히 한정된 증거에 기초,추론할 수밖에 없는 이 분야의 학문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 책은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특히 미시간大의 롤링 브레이스교수는 저자들이 여러 화석기록의 증거들을 구체적인 출처를 밝 히지 않고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진화의 원리들에 무지하고,자신들의 현지조사 결과로 발견한 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적절히 평가할 줄도 모른다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한국어 번역판은 83년 김광억교수의 번역으로 나왔다(학원사刊).사실 기존의 학설과는 맥을 달리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순수한 학술적인 서적이지만,복잡한 주석까지 없애버린채 나온 한국어 번역판이 일종의 교양서적으로 간주돼 널 리 읽히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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