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특검 명분 없어졌다" 민변 "국회 결의 존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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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이명박 특검'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500만 표가 넘는 사상 최대 표차로 압승을 거둔 데 따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거부권 행사 여부가 논쟁의 핵심이다. 노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는 쪽은 국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통해 이 당선자에게 국민을 대신해 새 정부를 이끌어가라며 '권한 위임'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을 위해 특검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하라는 민심이 우선한다는 논리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석연 대표 변호사는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으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사는 투표에 나타난 국민의 뜻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경준씨가 검찰의 회유.협박 논란에 대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기 때문에 특검 실시에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서강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헌법 84조에 대통령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어 설사 이 당선자가 특검에 의해 기소돼도 대통령 취임 뒤에는 재판이 중단돼야 한다"며 "재판에 의한 사법적 심판을 할 수 없는 수사를 벌이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별도의 면책 규정은 없지만 헌법 84조의 정신을 폭넓게 해석하면 당선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핵심 관계자는 20일 "이 당선자에 대한 특검 실시에 반대한다는 협회의 공식 입장을 곧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적 측면을 포함해 여러 면에서 이번 특검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다수 회원의 뜻으로 파악됐다"며 "반대 사유는 발표 때 정리해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한택근 사무총장은 "국민적 의혹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에서 만든 특검법을 없애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 대통령은 이를 공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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