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작권 팔아 외화수입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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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통하지 못한 국내 출판 수입을 외국에서 보충하자.』 90년대들어 미국 출판계의 총수입에서 해외쪽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있다.소설을 비롯한 각종 서적의 외국 판권에서 벌어들이는 돈이늘고 있으며,출판사들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8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미국출판사들은 외국에 대한 관심이 별로 크지 않았다.그러나 지난 5년동안 시장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외국에 판권을 넘기고 얻는 수익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계약금액도 자국시장 못지 않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면서출판사 뿐만 아니라 저작권 대행업체,심지어 작가들까지도 해외에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미국 저작권 판매의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자.우선 인간에게 치명적인 세균 이야기를 다룬 리처드 프레스톤의『위험지대』(Hot Zone)는 12개국에서 1백만달러를 거둬들였다.현재 8판까지 나온 이 책은 미국보다 외국에서 더 많은 수입을 올린꼴. 내년 봄에 출간될 포 브론슨의 첫소설『폭격수』(Bombardier)도 현재 30만달러를 예약해놓았고,존 더글러스의『심리 탐구자』(Mind Hunter)도 일본.이탈리아등에서 약 50만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쪽은 작가들이다.미국과 해외에서의 인세수입 간격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앨빈 토플러의『제3의 물결』(Third Wave)이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은 이득을 남긴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뒤를 다른 작가들도 계속 잇고 있다.존 그리샴은 소설『가스실』(The Chamber)로 현재 30만달러를 받았고,조지 그린의『배심원』(The Juror)에도 독일출판사가 42만달러를 지불했다.미국 출판전문가들은 일단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 1백만달러를 벌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자극받은 출판사들도 외국에 판권을 팔기 위해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종전 저작권 대행업체에 넘겼던 일을 직접챙기고 나선 것이다.작가들에게 지불하는 인세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보전하는 방안으로 판권의 해외판매에 눈을 돌 리고 있다.
특히 제작과 판매에 관한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대행업체들과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그러나 돈만이 주요 원인은 아니다.오히려 그 밑에는 정보통신의 발전이 깔려있다.과거처럼 텔렉스나 전화로 의사를 교환하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곳에서나 팩스.전자우편등으로 미국과 거의 같은 시간에 신간정보를 얻기 때문에 세계 동시출판 경향이 널리 확산되고있다. 미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동아시아 일대.80년까지만 해도 유럽이 미국의 주요 시장이었으나 최근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한국.싱가포르.대만등이 주요 고객으로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앨런 폴섬의『모레』에 20만달러의 선인세를 냈던 한국의 경우 내년초에 나올 마이크로소프트社 회장 빌 게이츠의『미래의 길』(The Road Ahead)에 21만달러를 이미 지불했다. 미국 출판업자들은 또한 아직 규모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거대시장으로 부상할 중국과 동유럽에도 지사를 설치하는등 사업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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