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강국' 러시아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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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옛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의 육.해.공군이 20년 만에 모의 합동 핵전쟁 훈련 차원에서 실시한 해저 미사일 발사 실험이 잇따라 실패, 군사 강국의 체면이 형편없이 구겨지고 있다.

러시아 북해함대 소속 1만8천t급 핵잠수함 카렐리야호는 18일 정오 바렌츠해 해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PCM-54(나토 분류명:스키프)를 발사했다. 목표는 캄차카 반도의 쿠라 사격장.

대기권 상층부까지 무사히 진입해 상승을 계속하던 미사일은 그러나 발사 98초 만에 갑자기 폭발,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1단계 추진장치가 분리되고 2단계 장치가 불을 뿜던 시점이었다.

러시아 해군 함대 공보실은 "미사일이 정상궤도를 벗어나면서 자동폭파 장치가 작동해 폭발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자동유도장치 결함이 사고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전날 또 다른 북해함대 소속 핵잠수함인 노보모스코프스크호가 같은 종류의 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데 이어 일어났다.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패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재한 군사력을 서방에 과시하려던 러시아의 야심찬 계획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즈베스티야는 "전략핵 전력을 구성하는 해군력의 무능이 드러났다"며 "이는 북해함대나 국방부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열악한 예산에 따른 군사훈련 부족, 장비 노후화, 첨단장비 개발 차질 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의 군사비 증액을 촉구했다.

모스크바=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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