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운수장비·교육서비스 …‘신 이명박주’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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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통령 선거 뒤 첫날인 20일 주가(0.92%)는 빠졌지만, 증권가에는 기대감이 넘쳐났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들어서면 친시장·친기업 정책이 부각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증권사들은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을 분석해 건설경기 활성화와 민영화·감세·투자 촉진을 신정부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차기 정부에서 주목받을 업종과 종목 또한 키워드 속에서 풀어냈다.
 

◆공약 수혜주 뜬다=증권사들은 신정부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건설을 꼽았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표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는 공사 기간 4년에 총 사업비 15조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제2경부·제2 서해안고속도로와 옛 도심권 개발, 매년 50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 등 건설 관련 호재가 넘쳐난다.

한화증권 박종록 연구원은 “건설경기 부양이 예상되는 만큼 건설과 시멘트·철강주에 우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1위의 시멘트 업체인 쌍용양회와, 역시 국내 1위의 레미콘 업체인 유진기업을 수혜주로 꼽았다.

롯데쇼핑의 ‘제2 롯데월드’ 사업도 관심거리다. 서울 잠실에 112층(555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사비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다. 그간 관계 당국의 반대로 공사 추진이 중단돼 왔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찬성 입장을 밝혀온 데다, 각종 개발제한을 폐지하는 정책 방향도 제2 롯데월드 건설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주에도 영향을 미친다. 증권사들은 조만간 시장에 매물로 나올 현대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을 M&A 수혜주로 꼽았다. 신정부의 또 다른 공약인 ‘금산분리 원칙 완화’는 삼성·한화·동부 증권 등 대기업 그룹 소속 증권사에 호재다. 메리츠증권의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반대 여론이 강해 금산분리 정책을 폐지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룹 소속의 제2금융권 회사의 대형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서비스·운수장비도 공약 관련 수혜 업종이다.

◆거품 빠진 기존 ‘이명박 주’=지난 대선 기간 동안 소위 이명박 수혜주로 분류돼 급등한 종목들은 20일 일제히 급락세로 돌변했다. 이화공영·홈센타가 장 시작부터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고, 특수건설과 삼호개발·삼목정공·신천개발도 하한가에 동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해당 업체들까지 나서 대운하 공약과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도 주가가 급등한 것은 투기적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의 최관영 연구원은 “이들 종목은 그간 실적과 관계없이 수십 배 이상 폭등한 주식”이라며 “막상 ‘이명박 당선’이라는 뉴스가 나오자 이제는 차익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증권가 속설이 그대로 증명된 셈이다.

그는 “앞으로 인수위가 본격 구성된 뒤 어떤 사람이 포함돼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관련 수혜주가 구체적으로 선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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