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군주제 存續 허와실-인기하락불구 재정보조 기여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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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군주제는 계승해야 할 전통의 상징인가 아니면 시대착오인가.
세계최대의 재산과 대영제국의 왕위를 물려받을 英왕세자는 불행하다는 넋두리나 늘어놓고 왕세자비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창녀」라며 자기연민에 빠져 있는 판에 영국국민이 왕실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군주제의 폐지를 원하는 英국민은 지난 84년이래 3배로 늘어났다.공화주의자 즉 군주제폐지론자는 그러나 전국민의 20%에 불과,아직은 소수다.하지만 지난해 실시된갤럽의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왕실가족이 축소돼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英이코노미스트誌에 따르면 지난해 英정부가 왕실에 지급한 보조금은 8천5백여만달러로 역시 여왕이 다스리는 덴마크 왕실보조금의 15배가 넘는 액수다.반면 왕실의 인기는 유럽의 대표적인 6개 군주국중 스페인과 함께 낮은 편에 속한다.
英보수당정부가 이렇게 돈만 들고 인기도 없는 왕실을 굳이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로서도 폐지에반대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1760년 왕실.정부간 협정에 따라 엘리자베스여왕은 왕실소유지에서 나오는 수입을 국고에 귀속시키고 대신 공무수행에 따른 보조금을 받고 있다.문제는 연간 왕실수입이 보조금보다 3천1백여만달러나 많다는 것.더욱이 현재 시추작업중인 왕 실소유의 윈저성 지하에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부수입은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원하면 군주제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지난달 보도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앞으로 50년후에도 군주제가 존속할 것이라고 답한 영국인은 35~50%.지난 90년의 70%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다.군주제를 지지하는 국 민들조차 앞으로의 유용성에 대해선 유보적이랄까.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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