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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이것이궁금하다>분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결혼한지 3년만에 첫아이를 출산한 주부 姜모(27.서울종로구혜화동)씨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다.당장 직장을 그만두기도 어려워 모유(母乳)대신 분유로 결정한 것이다.하지만 이 분유는 姜씨가 처음에 마음먹었던 제품이 아니다.
姜씨는 당초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 전부터 남편이 A사에 다니는 대학동창의 권유로 A분유제품을 먹이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퇴원수속을 밟을때 간호사가 『그동안 아기에게 S분유를먹였다』는 내용이 적힌 산모수첩을 건네주면서 『분유는 바꾸지 않는게 아기건강에 좋다』고 권유했다.
자신이 염두에 뒀던 회사제품과 다르다는 사실에 당황한 姜씨는간호사에게 따졌더니 그 병원에서는 B제품만 취급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간호사는 또 우유회사들의 로비나 경쟁적인 저가 할인공세로 대부분 병원들이 A사나 B사등 한 회사 제품만 취급하거나 1~2개월씩 번갈아 사용하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姜씨는 입원전에 미리 알아보지 못한 불찰을 스스로 탓하면서 대학동창에게 미안하다고 전화를 걸었더니 할수 없는 것 아니냐며,병원납품을 따내기 위해 분유회사들이 그야말로 사활(死活)을 걸다시피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귀띔을 했다.아기 가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먹기 시작한 분유를 엄마가 나중에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첫 승부가 여기서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분유시장은 연간 1천8백억원 규모로 남양유업.매일유업등 우유회사들이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중 두 회사가 병원에 납품하는 제품은 기껏해야 1억원어치에 불과하다.양사(兩社)가 연간 광고비로 각각 1백60억원 정도 쓰는 것에 비하면 1억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그러나 분유회사들은 확실한 미래고객을 잡아둔다는 차원에서 간호사출신들을 동원해 출고가에 훨씬 못미치는 값으로 병원 납품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출고가의 절반이하의 헐값으로 납품하면서까지 병원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분유회사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은 병원에서 결판난다』고까지 말한다.비록 1억원밖에 안되는 매출이지만 1천8백억원 시장의 목줄을 쥐고 ■다는 얘기 다.병원 하나를 놓쳐 1백만원어치 납품하지 못해도 당장 매출이 20억원 가까이나 떨어진다는 계산도 가능하다.국내분유시장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6대4정도로 나눠갖고 있는데 이러한 점유율이 병원납품비율과 대체로 비례하고 있음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지난달에는 우유회사들이 병원에 대한 분유 납품가를 시중가격의20%이상 덤핑하는 일은 삼가키로 결의까지 했다.그만큼 병원납품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음을 짐작케 한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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