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향기] 돈 아까운 줄 알아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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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보니 아이들의 씀씀이가 많아졌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아이스크림은 기본이고 음료에다 과자에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손을 내민다. 자식이 먹는다는데 뭐든 주고 싶지 않은 어미가 있으랴마는 그래도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곁에 친정 부모님이 사시기 때문에 아이들은 툭하면 쪼르르 할아버지 할머니께로 달려가 심심치 않게 용돈을 타다 쓰니 천원을 너무 가볍게 알고 그저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면 돈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고 있다.

보다못해 아이들을 앉혀 놓고 한가지 제안을 했다. 매일 달라는 대로 주던 용돈을, 매월 1일 1 만5천원을 줄 테니 한달 동안 잘 관리해 쓰되 학용품 및 치킨이며 피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사줄 것을 약속했다. 아이들이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다.

한꺼번에 천원짜리 열다섯 장을 손에 쥐여 주었더니 아직 어려서 돈의 개념이 없어서인지 작은 아이는 와~ 많다며 함성을 지른다.

'후후… 녀석들 어디 한번 보자. 얼마나 살림을 잘 하는지' 이번 기회에 돈의 귀중함과 어떻게 돈을 써야 하는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후 두 아이 모두 투명한 유리병에 돈을 넣어두고는 하루에 한번씩 들여다본다. 학원에서 오자마자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며 세어보고 또 무언가 살 것이 있는지 천원 한장씩 들고 대문을 나선다. 오늘도 벌써 삼천원은 썼나 보다. 아주 신이 났다. 자기들 맘대로 사먹고 오락실도 가니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줄어드는 유리병 속의 돈을 보면서 근심 어린 표정이 역력하다.

"하루에 그렇게 많이 쓰면 십일도 못 가 다 쓸 텐데 나머지 이십일은 어떻게 안 쓰고 견딜래?"한마디 툭 던지니 "엄마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조금 더 주시면 안 돼요?"한다.

'후후~ 어림없는 소리. 하기야 한달 용돈이 일만 5천원이면 너무 작지. 그동안 너희들이 많으면 하루에도 5천원 이상을 썼으니…. 요녀석들~ 엄마의 수법에 걸려든 거 모르지이~'.

지금도 유리병 속을 들여다보며 돈을 세기에 여념이 없다.

"오빠! 얼마 남았어? " "하나~두울~셋~."

'후후후… 귀여운 것들'.

요 녀석들아! 지금은 이 어미 마음을 모르지만 너희들에게 돈의 귀중함과 바르게 쓰는 법을 가르치려는 것이었음을 나중엔 깨닫게 되리라. 주어도 주어도 아깝지 않고 항상 모자라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자식을 향한 어미의 마음일진대 이 어미가 어찌 너희들에게 인색하리요!

요녀석들아!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이 방법이 최선인 것을. 그래도 너희는 행복한 거야. 이 어미 자랄 땐 용돈이 다 뭐냐, 눈깔사탕 하나로 한나절을 보냈단다. 그땐 사탕이 왜 그리 크게 보였는지 입안 가득한 눈깔사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아침에 입안에 넣은 것이 저녁나절이나 되어 녹은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행복했단다.

너희들은 모르지! 이 엄마는 용돈은 모르고 자랐지만 그때가 얼마나 그리운지를.

이현주(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우성아파트.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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