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바로알자>공부의욕 안주면 문제아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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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재(英才)를 조기에 발굴,적절한 교육을 통해 인재로 키우는일은 바로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영재와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나 제도와 여건이 이를 따르지 못해 큰 혼란을 겪고 있는게 현실이다.영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교육을 위해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부장 조석희(趙夕姬)박사의 기고로 「영재교육 바로 알자」를 연재한다.
[편집자註] 「중학교 2학년인 준식이는 학교가 지겹기만 하다.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대부분이 벌써 2년전 혼자 책을 읽어 다 아는 내용이다.선생님은 그런 준식이를 문제아로 취급한다.왜냐하면 준식이는 노트정리도 않고,성적 또한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다른 책을 펴놓고 발가락으로 넘기다 들키거나 준비물도 챙기지 않고,숙제도 안해오면서 이따금 선생님의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준식이가 아예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이 고통스런 학교가 끝나면 준식이는 집으로 달려간다.그리고 새 벽까지 컴퓨터에 매달리곤 한다.
이런 그를 지켜보는 준식 엄마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이래서는 변변한 대학에조차 못갈게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그렇게 똑똑했던 아들이었는데…」.
타고난 지적능력이 뛰어났으면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기는 커녕 도리어 학습문제아로 낙인찍히는 아이는 비단 준식이뿐만 아니다.
준식이와 같이 딱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은 허다하다.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따름이다.
우리나라 연령당 학생 1백만명의 상위 1%에 해당되는 최소 1만명정도가 이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아이들의 고급사고기능과 창의성을 계발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잘났기」 때문에 낙오자를 만들 소지가 크게끔 돼있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훌륭한 자녀를 갖고자 하는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평범한 아이들에게까지 정신.육체적 부담을 안기는 빗나간 영재교육도 금물임은 물론이다.
영재에게는 그에 걸맞는 교육을,일반아동에게는 그 수준에 맞는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각자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영재교육을 「조기에 적절한 자극을주어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뛰어나게 하기 위한 교육」쯤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지적능력의 70%가 유전에 의한것이고 생후 6개월안의 환경에 20%가 결정된다고 한다.
따라서 학부모와 교사등 교육을 담당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각 아동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각자에게 적절한 교육환경을제공해 타고난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화여대 영문학.교육심리학▲캐나다 앨버타대학 철학박사▲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부장▲저서=『영재아 이렇게 키워라』『영재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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