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화제>유럽에 첫 老人 정규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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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럽최초의 사립 노인대학이 내년 독일에 설립된다.노인대학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 흔히 있는 노인들을 위한 교양강좌나 「경로당 부설 코스」가 아니라 일반대학과 꼭같은 학사과정을 갖춘 정규대학. 다른 점은 학생들이 노인 일색이라는 점 뿐이다.
노인대학을 개설하려는 콘스탄츠大의 헬무트 바하마이어(문학)교수와 화가인 마르틴 라베는 이미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의 홀첸이란마을에 대학부지를 마련하고 교사(校舍)건축허가를 받았다.이들은내년 11월 시험적으로 미학.미술이론.실기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96년에는 교수가 확보되는대로 1백여명의 노인학생을 모집,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간다.
대학개설후 5년동안의 예상 운영경비는 약 2천만마르크(약 1백억원)수준이나 이미 4백20만마르크를 확보해 놓고 나머지는 은행이나 기업의 기부금.학비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독일에 노인대학이 개설되는 것은 2차대전기간에 청년기를 보내대학에 진학할 엄두를 못내던 연령층이 근자에 들어 여유가 생기자 뒤늦게나마 학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이미 독일의 일반대학에도 노년 학 생의 진출은 활발하다.
함부르크大만해도 50세 이상의 노인학생이 8백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의 요한 볼프강 괴테大에는 1천5백여명의 「흰머리」(학생들의 속어)들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함부르크大에서 8학기째 역사를 전공하고 있는 잉가 프리드리히할머니(62)는『공부가 건강유지의 비결』이라고 말한다.기자출신의 귄터 회니케 할아버지(75)는『함부르크지역에서의 유대인 재단과 유산』이란 주제의 박사학위 논문준비에 비지 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 노인학생은 말년을 외로이 보내는 대부분의 노인들과는 달리 아들.손자뻘 학생들과 술집이나 식당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젊은 세대와의 잦은 접촉으로 정신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다른 노인들보다 훨씬 건강한 편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일부 노인학생들이 연하의 교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다.
오는 2000년에 인구의 4분의 1이,2020년엔 인구의 30%이상이 60세이상이라는 독일당국의 예상이고 보면 노인학생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독일 노인들의 건강한 만학열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대조되고 있다.[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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