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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빼주고 … 기부금 받고 … 면접 점수 얹어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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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도권 지역 5개 사립대가 편입학 전형에서 동문 자녀 등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무더기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번 수사는 연세대 편입학 수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부인의 편입학 청탁 의혹 사건을 계기로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편입학 실태 특별 조사를 벌인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대학은 건국대.경원대.경희대.고려대.국민대.단국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인하대.중앙대.한양대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금품 수수 등의 비리 혐의가 있는 5개 대학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또 8개 대학에 대해 기관 경고 했으며, 10개 대학에 대해 담당자 징계를 요구했다.

교육부 우형식 대학지원국장은 "조사를 받은 대학들이 면접 점수를 몰아주거나 합격 후 기부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내 식구'에 점수 몰아주기=A대 교수 딸인 박모씨는 2005학년도 일반 편입에서 2등으로 합격했다. 박씨는 이 대학 면접위원 세 사람 중 한 명에게서 30점 만점에 27점을 받고 합격했다.

박씨에게 27점을 준 면접위원은 다른 학생에게 9점을 줬고, 결국 그 학생은 3등으로 탈락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수 자녀에게 면접 점수를 몰아준 결과 일반 학생이 탈락된 것은 평가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B대학의 2006학년도 일반 편입학에서는 이 대학 직원 자녀가 영어 성적에서 55점(만점은 100점)을 받아 응시자 115명 중 20등으로 불합격(모집 인원 3명)됐으나 2007학년도 편입에서는 영어 성적 92점을 받아 응시자 411명 중 14등으로 합격(모집 인원 14명)했다.

교육부는 이 학생이 다른 대학의 2006~2007학년도 편입 영어 시험에서 52,5점, 62.5점, 72.5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원 자녀에게 문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학교를 수사 의뢰했다.

E대학 2005년 일반 편입에 합격한 동문 자녀 심모씨는 필기고사 성적은 45명 중 39등이었다. 하지만 서류평가와 면접에서 각각 'A+'를 받아 면접 대상자 32명 중 14등(15명 모집)으로 합격했다.

이 대학은 또 동문 자녀 김모씨에 대해 2007년 학사 편입에서 서류와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줘 면접 대상자 5명 중 3등(3명 모집)으로 합격시켰다. 이 학생은 필기고사에서 13명 중 9위였으나 면접에서는 5명 중 1등이었다.

◆편입 합격과 기부금=C대의 2004년 재외국민특별전형에서 합격한 신모씨는 면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3명 지원, 2명 모집)했다. 이후 신씨의 부모는 학교에 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학의 2005년 일반전형에서 합격한 이씨는 1차 평가에서 12등, 2차 평가(면접 포함)에서 7등으로 합격했다. 합격 이후 이씨 부모는 학교에 기부금 5000만원을 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편입학과 기부금 간의 연관 관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 관계를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부 대학은 편입학에 응시한 학생의 아버지를 편입학 전형위원에 넣는 등 입학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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