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나라 입당 국회의원 11명 '수억대 이적료'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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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국회의원 가운데 11명이 수억원대의 '이적료'를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정치권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이적료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곧 해당 의원을 소환해 무슨 명목으로 돈을 받았는지와 불법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를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억7천만~2억5천만원 받아"=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18일 불법 대선자금의 모금 및 집행에 관여한 한나라당 김영일 의원(구속) 및 재정국 관계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한 의원 11명에게 당 재정국이 평균 2억원의 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돈을 받은 의원은 민주당 출신 7명, 자민련 출신 3명, 무소속 1명 등 11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당적을 바꾼 뒤 1억7천만~2억5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한나라당 측이 이들 의원에게 입당 직후 현금 5천만원을 줬고 이후 활동비 명목으로 1억5천만원 안팎을 추가 제공했다"면서 "활동비를 더 요구한 의원 2~3명은 5천만원씩 더 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사법처리.형평성 논란=검찰은 김영일 의원 등이 당시 불법 모금한 돈의 일부를 이들 의원에게 나눠줬다고 진술한 만큼 이들에 대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들의 처벌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릴 정도로 논란이 작지 않다.

검찰은 일단 전달된 돈이 전액 현금이었기 때문에 불법 모금한 돈이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현금으로 줬다고 해도 돈을 준 쪽에서 불법 자금이라고 알리면서 줬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적료 의원'의 처벌을 두고 형평성 시비도 벌어지고 있다. 대선 전 한나라당은 이들 외 다른 의원들에게도 비슷한 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노무현 캠프 역시 지구당에 수천만원씩의 지원금을 내려 보냈으며, 이 중 불법 자금도 포함됐다고 검찰이 밝힌 바 있다. 따라서 盧캠프의 불법 자금 지원 부분은 놔두고 한나라당 이적료만 처벌하면 다시 한번 편파 수사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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