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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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중앙시조대상은 무엇보다 작품상이라는데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그러기에 심사 서두에 새삼 작품위주의심사가 되어야 한다는데 사전합의가 있었다.또 후보자의 경우 대상은 시조단 데뷔 20년 이상,그리고 신인상은 만 10년 미만으로 재확인했다.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유재영시인의 작품은 고전의 숲인 인사동의 어느 화폭에서 물총새를 발견,청정한 유년의 체험을 되살려냈고 이를 다시 오염된 오늘의 환경과 비교함으로써 시조의 현대성을 차원높게 구현했다.
또 각 수(首)마다 「기름종개 물고 나는 물총새…」「…흰 똥묻은 삐딱한 검정 말뚝」「폐수를 배경으로 실루엣만 날아간다」등의 빼어난 언어 감각과 이미지,그리고 직조능력은 서정을 뛰어넘는 팽팽한 긴장과 갈등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여기서 형식에 구속되면서도 이를 초월하는 시조의 한 전범(典範)을 다시 보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했다.
신인상의 경우 끝까지 전병희의 「열대야」,홍성란의 「접경」,정수자의 「국」,권혁모의 「産室에서」가 우열을 겨루었다.그러나수상작 「産室에서」에 비해 다른 작품들이 작품성 혹은 신선미가미흡하다는 의견이었다.수상작 「産室에서」는 새 생명에 대한 부푼 기대와 두근거림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와 순화된 서정으로잘 배어드는 작품이었다.끝으로 신인들의 분발을 바란다는 의견도있었음을 밝혀 둔다.
〈심사위원:예선-박기섭.김연동 본선-장순하.이상범.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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