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리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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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리필’-이상국(1946~ )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필이라니? 커피가 아니라 생이라고? 리필된 봄 한 잔을 감격하며 마시고 하루를 다시 휴지처럼 풀어 쓰고 나면 다시 가득 채워지는 생이라고? 아름다워라. 생이여! 그렇다. 첫 새벽 가득 채워진 리필 된 생의 잔을 들고 우리는 다시 새봄을 맞이하는 것 아니던가. 아침을 맞는 거 아니던가.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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