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필’-이상국(1946~ )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리필이라니? 커피가 아니라 생이라고? 리필된 봄 한 잔을 감격하며 마시고 하루를 다시 휴지처럼 풀어 쓰고 나면 다시 가득 채워지는 생이라고? 아름다워라. 생이여! 그렇다. 첫 새벽 가득 채워진 리필 된 생의 잔을 들고 우리는 다시 새봄을 맞이하는 것 아니던가. 아침을 맞는 거 아니던가.
<신달자·시인>신달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