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캠프 "기호2번 선거운동"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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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후보 캠프가 주류업체인 국순당의 신문 광고(사진)에 단단히 화가 났다.

국순당이 11일과 12일자 중앙.조선.동아일보에 게재한 신문 광고에서 기호를 적은 어깨 띠를 두른 연필 12자루 사진과 함께 '열 둘보다 나은 둘도 있소'라는 광고 문구를 썼기 때문이다. '뽑아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뽑고 싶은 사람이 없고, 고만고만한 열둘보다 둘이라도 서로가 전혀 다른 맛과 개성을 지닌 국순당 후보들이 어떻소'란 문구까지 곁들였다.

이회창 후보 캠프는 12일 중앙선관위에 국순당을 고발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고발 요청서에서 "기호 12번인 이회창 후보보다 기호 2번인 이명박 후보가 좋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라며 "기호 2번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한 광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순당의 배중호 대표는 2000년 '고대 ICP(최고위과정) 자랑스러운 고대인상'을 받아 (고려대 출신인)이명박 후보와 학연이 있다"고 말했다.

국순당의 광고 담당인 이혜리 대리는 "정치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이회창 후보 측 항의를 받고 우리도 놀랐다"고 해명했다. 이 대리는 "배 대표는 연세대 생화학과 출신이며 고려대 경영자과정 수업을 들은 인연 때문에 상을 받은 것뿐"이라며 "더구나 4일부터 미국에 체류 중이어서 구체적인 광고 내용을 모르고, 카피도 11일 확정된 것이라 배 대표는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이 후보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단 광고 중단 명령을 내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그런 광고를 하게 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며 위반 혐의가 있으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와 별도로 특정 후보자의 출마를 규탄하고 저지하는 집회를 반복해 온 3개 단체 대표자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 또는 고발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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