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국회의원 홈페이지 평가를 마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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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04 국회의원 홈페이지 평가는 3개월여의 긴 여정이었다. 지난해 10월 초순 착수한 1차 평가에 이어 지난 1월 초까지 전 국회의원의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어가 참여관찰했다.

올해도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활동들을 담아내는 장(場)으로서의 홈페이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차 평가 당시의 아쉬움을 이번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이런 고민 끝에 우린 방법론으로 3개월 간의 관찰을 택했다. 그에 따라 온라인 커뮤니티, 뉴스레터, 게시판 등 전 분야에 걸쳐 정기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분석하고 평가했다. 1차 평가 때 우리는 e-폴리틱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담아내는 평가가 되려면 더 긴 기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

긴 작업 과정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1차 평가 때에 비해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반면 상위권에 속하는 홈페이지들이 전반적으로 점수가 하락한 것을 보고 e-폴리틱스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우선 기능성 차원의 변화가 두드러 졌다. 지난해 구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홈페이지들이 새로 단장을 했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미흡해 보이는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시도했다. 반가운 일이었다.

선거의 환경과 문화가 변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 방향에서 이미 예고됐지만, 이제 정치는 미디어 정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몰려다니는 군중들의 시위는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동시에 사이버 공간에서 새로운 여론을 만들어 가는 시민들이 정치적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과 비리를 감시하고,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정보로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의 공개성과 투명성은 e-폴리틱스를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e-폴리틱스를 과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평가 기간 내내 이 문제는 우리의 화두였다. 이번 평가 작업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국회의원 홈페이지'가 '국회의원'만의 '홈페이지'나 일방적인 '홍보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많은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단적으로 토론방.정책제안방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을 알리거나 혹은 기능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에 치중하고 있었다.

몇 차례 심사를 통해 균형성과 안정성에 대해서도 관찰했다. e-폴리틱스가 요구하는 요소들을 과연 갖추고 있는가? 어느 한 쪽으로 편중돼 있지는 않은가? 전반적으로 가장 부족한 점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쌍방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e-폴리틱스가 돌파해야 할 장벽이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아니 정치인들에게 스스로 이렇게 자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만일 유권자라면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들어와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기를 원할까?"유권자와 입장을 바꿔 유권자 편에서 생각해 보라. 해답은 의외로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홈페이지를 나를 알리기 위한 도구로만 쓰지 말고,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다가서라는 것이다. 그 실험실이 오는 4월에 있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이다.

'노사모'열풍은 대통령선거였기에 불었다. 사실 모든 국회의원들이 모든 네티즌에게서 신망을 받을 필요는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소구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지역구의 유권자들이다. 그런 만큼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그들의 눈높이에서 접근하는 한편, 자신의 지지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번 평가에 참여해 주시고, 관심을 보여 주신 의원님들과 보좌진에게 감사 드린다. 인터넷에 대한 이분들의 관심이 우리나라 e-폴리틱스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벌써부터 내년에 있을 3차 평가에 대한 기대가 앞선다. 17대 국회의원들이 온라인 의정활동에도 힘쓰기를….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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