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정국 民主계파 판도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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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12정국이 민주당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계파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계파간 친소(親疎)관계의 변화다.의원 개개인의 소속 계보도 상당히 달라졌다.
〈표참조〉 당면 이슈가 크면 클수록 세력 재편은 가속화된다는게 야당가의 상식이다.김상현(金相賢)고문계는 지금까지 가장 反동교동적인 계보였다.동교동과 이기택(李基澤)계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동교동계와의 물리적 거리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성향 분류로 볼때 거의 중앙에 위치한 모습이다.이러한 현상에는 동교동계의 도움으로 당권획득의 가능성을 높여보려는 金고문의정치적 판단이 당연히 개입돼 있다.개혁정치모임은 그간 동교동과李대표계간의 주류 양대 체제가 확고할때 비주류 수장격인 김상현계와 가까웠는데 이제 바뀌었다.재야출신들로 구성된 개혁모임은 이번 국면에서 李대표의 가장 강력한 전위대(前衛隊)로 등장했다. 동교동계와 정대철(鄭大哲)계.조세형(趙世衡)계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도 변화다.동교동계가 볼 때 조세형계와는 비우호적 중립관계였고,정대철계는 비주류의 핵심이었다.이들이 범주류에서 이탈하려는 이기택계의 공백을 급속히 메우고 있다.
계파간 줄서기와 함께 의원들의 줄서기도 나타난다.활발했던 계보모임에서 의원들은 말이 아닌 몸으로 소속이 어딘지를 보여줬다.또한 李대표의 투쟁론이 명분을 얻자 타 계파에서 이에 동조하는 의원도 나타났다.동반사퇴 의사를 밝힌 이원형( 李沅衡.서울은평을).홍사덕(洪思德.서울강남을).박상천(朴相千.고흥).정상용(鄭祥容.광주서갑)의원등이 그들이다.그러나 이런 동조는 한시적인 경우도 있다.
12.12투쟁은 동교동계 출신의 몇몇 의원들에게 심각한 선택을 요구했다.李대표계로 시집간 문희상(文喜相.의정부)대표비서실장.박지원(朴智元.전국구)대변인.강창성(姜昌成.전국구)의원등이당사자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의 계파간 친소관계와 세(勢)로는 李대표가 동교동 도움없이 대표에 재선(再選)되기 어렵다.전당대회 국면에서 개혁모임이 李대표를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개혁모임은독자적 당권후보를 내지 않는한 의원 각자의■지역 구 사정에 따라 「헤쳤다가 총선후 다시 모이는」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李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뛰쳐나가느냐,동교동과 화해하느냐중 택일(擇一)해야 한다.동교동도 마찬가지 고민이다.
李대표의 대안(代案)으로 김원기(金元基).김상현.정대철 3인을 놓고 저울질해보지만 이 새로운 주류 연합이 현재의 동교동-북아현동 연합보다 수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강해지리란 보장은 없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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