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교실 아이들이 ‘태극 전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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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소년 상비군 선수들이 순발력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장혜수 기자]

11일 경남 남해의 스포츠파크에서 한국 유소년(12세 이하) 축구 상비군 훈련캠프가 열렸다. ‘이회택 축구교실’의 스트라이커 이정빈(12·인천서면초6)은 왼쪽 가슴의 호랑이 마크(대한축구협회 엠블럼)가 자랑스러운 듯 몇 번이고 손으로 쓰다듬었다. 꿈도 못 꿨던 대표팀 유니폼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대회에는 학교 축구부 선수만 출전한다. 정빈이 같은 클럽 선수는 소규모의 클럽 대회밖에 못 나간다. 초등학교 선수들의 꿈인 유소년 대표와 상비군도 학교 선수 차지다. 협회는 8년째를 맞는 유소년 상비군 캠프에 올해 처음 클럽 선수를 참가시켰다. 클럽 출신 상비군 ‘원년’ 멤버가 된 정빈이는 “이번에 받은 대표팀 유니폼은 이제 집안의 가보”라며 좋아했다.

올해 캠프에 참가한 초등학교 선수는 138명. 그중 클럽 선수 18명이 포함돼 있다. 협회는 장기적 관점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클럽 시스템이 옳은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조영증 협회 기술국장은 “클럽 선수가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학교 선수에게 밀리지만 중학교 단계로 가면 차이가 없거나 앞서기도 한다”며 “단기적인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면서 창의적인 축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미 현실적으로 유소년은 클럽 축구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올해 협회에 등록된 초등학교 선수 중 학교 선수는 5064명, 클럽 선수는 1692명이다. 전원이 등록하는 학교 선수와 달리 클럽 선수는 전체의 10%만 등록하는 것으로 협회는 추산한다. 5000명보다는 2만 명에서 좋은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클럽 선수라도 중학교에 진학하면 축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아 학교 선수로 등록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정빈이는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국내 유일의 중학생 클럽인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클럽에서 축구를 계속하기로 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같은 스트라이커가 꿈인 정빈이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도전 사례다.
남해=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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