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선 겨냥 신당 창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서울역에서 거리 유세를 마치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둔 9일 창당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가 대선 승패와 무관하게 내년 총선까지 정치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신당 창당 의사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전.청주 유세와 KBS를 통해 방영된 후보 연설에서 "곧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미래 비전을 함께하는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는 그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한나라당을 포함,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정당은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타오르는 횃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오늘 당장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대한민국이 잘못되고 뒷걸음치는 것을 지난 5년처럼 무력하게 보고만 있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말도 했다. 그는 '마지막 장정'이란 표현을 썼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창당한다면 시기는.

"대선 이후가 될 수 있겠죠."(※허성우 정무팀장은 "대선 직후 곧바로 창당 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지역정당화할 우려가 나오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전국의 모든 세력을 합한 전국 정당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한나라당에 대해 "어차피 식구"라고 말해 왔다. 그가 무소속 후보의 길을 선택한 것도 한나라당으로의 복당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관측이 있었다. 그의 주된 지지층은 한나라당 지지 성향 유권자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창당 발언을 통해 사실상 한나라당과 결별을 선언했다.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뿌리를 새롭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선 막바지에 왜 이런 승부수를 던졌을까.

이 후보 측에선 "현장에서 손발이 되어 줄 만한 정치권 인사들은 '이 후보가 12월 19일까지 갈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더 조직적으로 뛰게 하려면 대선 이후에 대한 장기 전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한나라당 지지층에만 기대기 힘든 상황도 한몫했다. 출마 초기만 해도 영남.충청권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이회창 후보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다니고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BBK 굴레를 풀어준 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전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 주변에선 "한나라당과 절연한다고 해서 표에서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허성우 팀장은 "대선 후 정계개편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을 염두에 둔 듯한 얘기였다.

글=고정애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