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아무도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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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치 앞도 안 보인다’.

 증권사들의 내년 증시 전망을 요약하면 이렇다. 천상에서 지옥까지, 전망도 제각각이다.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도 팽팽하다. 코스피지수 최고치는 증권사별로 1950~2550, 최저치는 1500~1850이다. 최고와 최저 차이가 1000포인트가 넘는다. 증권사들이 일제히 장밋빛 일색의 전망을 내놨던 지난해 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만큼 내년 장세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승 지속” 낙관론에=비교적 일찍 내년 증시 전망을 발표한 증권사들의 예측이 긍정적이다. 한화증권은 지난달 5일 최저 1800, 최고 2550을 제시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시중자금의 증시 유입이 계속되고, 신 정부 출범으로 성장동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증시 수급 개선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지난달 19일 ‘버블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내년 증시를 전망했다. 예상 코스피지수는 1800~2500. 금융시장의 뭉칫돈과 자산 가격 버블이 계속돼 높은 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조윤남 연구원은 “내년은 아시아 신흥시장의 수혜를 받는 데다 시장의 수급도 탄탄할 것”이라며 “1980년대 후반처럼 내년은 코스피지수의 수준이 한 단계 뛰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대투는 내년 증시가 6년 연속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기둔화를 반영해 1분기에는 조정을 겪지만 이후 2500까지 탄탄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정 불가피” 비관론 맞불=교보와 삼성증권은 내년 증시가 상당폭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교보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은 세계 자산시장이 8년간의 활황을 마무리하고 휴지기에 들어가는 해”라며 “상대적 측면에서 강세를 보이는 주식은 있어도 절대 강자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이라는 사자성어로 내년 증시를 요약했다. 교보증권의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은 1500~2300이다.

 삼성증권은 1715~2100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중 최고치 전망이 가장 낮다. 김학주 센터장은 “주가를 설명하는 세 가지 주요 변수인 돈의 흐름과 기업 실적 개선, 밸류에이션이 모두 좋아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연구원의 김형태 부원장은 “증권사들의 지수 전망이 어느 때보다 차이가 크다는 점은 그만큼 내년 증시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라며 “장이 출렁인다고 부화뇌동하지 말고 큰 흐름을 쫓아 투자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때 발표했던 증권사들의 2007년 코스피지수 전망은 ‘장밋빛’이라는 방향은 맞았으나,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가 최고 1580~1780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까지 코스피 최고치는 2064.85로 증권사 전망을 훌쩍 뛰어넘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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