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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부처는 이곳 … 빅3 '충청 빅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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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대 대선을 열이틀 앞둔 7일 '빅3' 후보가 충청 지역에서 대회전(大會戰)을 치렀다. 주요 후보들은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이후 잠시 중단했던 지방 공략을 재개하면서 첫 접전지를 충청권으로 잡았다.

◆이명박 "오만과 안이함이 적"=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대전에서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호남을 빼고 모든 지역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유독 충청에서 이회창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대전.충남 지역 선거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새로 입당한 정몽준 상임고문도 가세했다.

이명박 후보는 "충청권에서 이기는 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오만과 안이함이 적이다. 2002년에도 2, 3등이 합쳐봐야 우리 못 따라온다는 생각때문에 졌다. 투표 끝나는 시간까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도 이날 이 후보와 함께 처음으로 유세 활동을 펼쳤다. 선거대책회의에서 정 의원은 대통합신당과 정동영 후보를 겨냥해 "검찰에서 '완전 무혐의'라고 발표했으면 달려와 사과를 해야지 안면몰수하고 더 추악하게 돼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럴수록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결심이 굳어질 것이다. 그들을 점잖게 야단칠 사람은 여기 충청도 어르신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회창 "BBK 할아버지라도 완주"=이회창 후보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참배하며 결기를 다졌다. 뒤이어 기자회견에선 맹렬한 기세로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사건은 끝나지 않은 미결 상태"라며 "사건 당사자가 나와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한 입장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건 구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 의혹 중 하나였던 도곡동 땅에 대해선 검찰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흠투성이, 의혹 덩어리 후보를 뽑아 5년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비난했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 이후 한나라당이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선 "BBK, 그 할아버지라도 내게는 아무 영향 없다"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동영 "행정복합도시 완성하겠다"=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충남 천안을 찾아 세몰이를 했다. 오전에 자신의 텃밭인 전북 익산.전주를 돌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던 그는 천안에서 공세를 이어갔다. 정 후보는 천안 아라리오 광장 유세에서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이명박씨는 유령"이라며 "국민이 몇 달 동안이나 허깨비와 씨름했단 말이냐"고 다시 BBK 의혹을 제기했다. BBK 의혹을 끝까지 공격하겠다는 자세였다.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왜 BBK 회장이란 명함을 뿌렸으며, 왜 인터뷰하며 신종 금융사업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느냐"며 "유관순 열사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어린 애국 충절의 고향 충남에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 진영의 한 인사는 "충청권에서 이명박-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서로 표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범여권의 사실상 단일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행정복합도시 완성 등 지역맞춤형 정책으로 승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빅3 후보들이 이날 충청 지역을 앞다퉈 찾은 것은 '충청 민심을 얻어야 대선에서 이긴다'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충청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왔다. 2002년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1997년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각각 충청권에서 승리하면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구도를 형성한 대선 주자들은 충청을 BBK 이후 민심 향방의 가늠자로 보고 있다. 이 지역에선 '이명박+김종필' 연대와 '이회창+심대평' 단일화 세력이 충돌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글=임장혁.정강현.김경진, 사진=오종택.조용철.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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