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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년만에 개인전시회 연 金炳宗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족보있는 집안 자손일수록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일이 많은 법입니다.집안 전통을 지켜야 된다는 중압감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은 욕구가 늘 긴장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요.한국화를 하는 사람의 처지가 바로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동양화 하면 「여백의 미」라는 구절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일반인들에게 재미있는 소재가 화면 가득 들어찬 현대적인 한국화를 선보여 주목받는 김병종(金炳宗.서울대교수.41)씨.그가 3년만에가나화랑에서 작품전(26일까지)을 열고 있다.
『동양화는 다른 분야에 비해 재료 의존도가 심합니다.수묵화.
채색화등으로만 이야기될 뿐 「누구」의 것이라는 작품성은 덜 강조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김씨는 누가봐도 「김병종의 그림」이라는 것이 뚜렷이 드러나도록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50여점을 내놓았다.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근래들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부조(浮彫) 판화작품이다.이 작품들은 20~30장 겹쳐 붙인 종이를 작가가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두툼하고푸근하게 입체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수인판화,일본의 우끼요에(浮世畵)등 동양 각국이 모두 나름의 전통판화를 갖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우리정신이 스민판화를 갖지못하고 무조건 서구의 기법만 따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그래서 문인화의 정신성을 넣은 판화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 김씨는 또 전시와 때를 맞춰 에세이집 『먹으로 그린 새가 하늘로 가네』(비룡소刊)를 출간했다.작업을 하면서 느낀 막막함등을 솔직하게 풀어 쓴 이 책에 대해 김씨는 『정지된 화면 밖에 보여줄 수 없는 작품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 하기 위한 작은 시도』라고 했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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