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연금제도-공단.가입자 상반되는 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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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공적(公的)연금들의 재정 위기는 연금이 지급되는 상황에 대한깊은 배려없이 갹출료를 정하고 그 이후에도 개선책을 외면한 당연한 결과다.
연금은 시행 초기에는 돈이 들어 오기만 하고 일정기간(보통 15년 전후)이 지난 다음부터 본격적인 지급이 이뤄진다.
돈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을 때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불어나는 연금이 그 속에 있는 문제를 덮고 넘어가면서 「상처」는 더욱 크고 깊어지게 된다.그러다 정작 문제가 겉으로 드러날 때가 되면 연금 가입자들의 기득권은 이미 너무 커져 손쓰기가 어렵게 된다.
정부가 비판받아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 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무원및 군인연금은 문제의 본질이 분명한 만큼 그 해법(解法)도 명료하다.갹출료를 높이는 반면 혜택은 줄이는 것이다.여기에는 물론 정치적인 판단도 고려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대안을찾아야 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개선책을 내놓았다.가입자가 현재 매달 월급의 5.5%만을 내고 있는 갹출료를 올려야 한다거나,연금개시 연령을 신설해 20년 이상을 근무했더라도 55세 또는60세가 넘어야 연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이자 는 의견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이 문제가 방치돼 온 것은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다 관련 집단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자와 머지않아 연금을 탈 현직 공무원,그리고 연금 사용자로서의 정부와 세금을 내는 국민,연금을관리하는 연금공단등 5개 집단간 정치.경제적 이해의 초점이 다른 것이다.
수혜폭은 줄이고 부담금을 늘리는 조치가 그런 대책을 만드는 자신의 앞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우선 발목을 잡는다.봉급을 올리고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면 연금의 재정에 주름살을 지우리란 점을 익히 알면서도 누구 하나 『봉급인상은 좋으나 연금의 재정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한적이 없었다.
공무원들의 넉넉한 연금혜택이 그 자체로야 나쁠 것이 없지만 그 짐이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공무원과 국민간에 갈등이나타날 수 있다.공무원들 또한 불만이 있다.연금관리공단이 연금가입자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조 직이나 자금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공단측은 적립된자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식투자를 하고 부동산도 사는등 애를 쓴다고 맞선다.
그러나 법에 보장된 만큼 연금을 받는 가입자 입장에서는 역시연금의 재정사정은 관심밖이다.연금 가입자와 연금 관리자의 시각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현장이 바로 여기다.
이제 잘못된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연금 적자를 무조건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무원 처우개선이라는 정치적 약속이 비용개념 없이 집행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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