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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에서>교량과 문화수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일본의 상식으로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이것은 성수대교붕괴때 일본의 신문 가십난 제목이다.그리고 기사에 부연하기를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급상황에 대처해 다리를 놓는다고 했다.또 최근 차량의 대형화추세에 맞춰 중 량 25t급 차량을 기준으로 교량설계를 한다고 한다.다리건설은 일찍이 서구에서 전성기를 맞았다.수세대를 거친 오늘날에도 끄떡없이 미(美)와 견고함을 자랑하는 파리의 퐁뇌프.퐁 알렉상드라,런던의 타워 브리지.웨스트민스터 교(橋)등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교량들이문화적으로 마음을 윤택하게 하고 있다.미국이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金門橋)나 뉴욕의 조지 워싱턴교는 각각 1937년과 1931년에 세워진 길이 1,273m,1,061m의 현수교(懸垂橋)다.
조지 워싱턴교는 벌써 63년이 지났지만 2중구조로 된 왕복 14차선의 거대한 다리의 웅자(雄姿)와 그 위를 빽빽이 줄지어건너 다니는 대형차량들의 물결을 볼 때마다 미국인들의 예지와 장기적인 안목에 찬사를 안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교량건설에서 단순계산으로 60년이상 뒤떨어져 있는 것일까.아마도 기술축적면으로나 경제규모면으로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다만 문화수준의 차이일 것이다.다리도 문화다.성수대교붕괴의 책임을 굳이 묻는다면 부실시공,부 적절한 유지보수,과적차량단속 불철저,그리고 경제규모확대에 따른 물동량(物動量)증가 예측실패 등에 있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이런 부실요인들이 일시에 겹쳐 표출된 것이다.결국은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 문제요,궁극적으로는 문화의 문제라고본다. 〈한미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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