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하는 자세 찬호 형에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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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찬호를 배워라.”

 한국야구대표팀의 선동열 수석코치가 박찬호(34·사진)를 극찬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배우고 생각하는 자세는 우리 선수들이 꼭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에 3-4로 석패한 뒤 선 코치가 가장 아쉬워했던 점은 박찬호를 기용하지 못한 것이었다. 경기 전 선 코치는 “불펜진 컨디션이 생각보다 너무 올라오지 않았다”며 걱정했다. 전날 대만전에서 선발 류현진(한화)의 뒤를 이어 6회에 구원 등판한 박찬호는 원숙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3이닝을 4피안타·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박찬호의 투구 수는 46개였지만 선 코치는 “1회부터 불펜에서 대기하며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며 일본전에 올리지 못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당초 박찬호의 선발 기용을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이 끝내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한두 점 차 박빙 승부에서 믿고 의지할 투수는 역시 박찬호뿐이었다”고 김경문 감독은 밝혔다. 박찬호는 선발을 원했지만 지난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처럼 팀의 요구에 자신의 뜻을 접었다.

 대표팀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그리고 대만 대회 등 한 달 여 동안 박찬호는 선수로서, 국가대표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LA 다저스와의 계약을 미루면서까지 고국의 부름에 응했던 박찬호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큰 형’의 리더십으로 후배를 이끌었다. 권혁(삼성)에게 커브 던지는 요령을 상세하게 설명해 줬고, 연습경기에 등판한 뒤 다음날 쉬려는 류현진에겐 “공을 많이 던졌으니 다음날 러닝으로 몸을 풀어야 한다”며 류현진을 끌고 나와 함께 오키나와를 달렸다. 취재진 앞에서 한기주(KIA)를 “한국 야구를 짊어질 미래의 마무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자기관리도 돋보였다. 미국에서 비시즌 기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짜와 그에 맞춰 체력을 단련했고, 휴식일에도 개인훈련을 거르는 법이 없어 “역시 메이저리거”라는 후배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은 3일 타이중 경기장에서 열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약체 필리핀을 13-1, 7회 콜드게임으로 대파했다.

타이중=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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