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동영상' 인터넷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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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들이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모습. [연합]

중학생들이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작한 뒤 이를 인터넷 사이트에까지 올렸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경남 모 중학교 교실에서 여러명이 한 학생을 왕따시키는 내용의 동영상이 지난 14일부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이 동영상(총 16분짜리 1, 2편)에는 5~6명의 학생이 혼자 책상에 엎드려 있는 피해자 A군(16)을 둘러싼 채 손으로 머리를 치고, 가방을 빼앗는 등의 장면이 담겼다. 이들은 "하지 마라"는 A군의 항의도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비웃음과 함께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으로 A군의 괴로워하는 표정을 찍었다. 동영상을 올린 이 중학교의 B군은 "즐감(즐겁게 감상)해 주세요"라며 자막으로 자신과 피해자 A군, 다른 학생들의 이름을 밝혔다.

이를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이 중학교 홈페이지와 B군의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몰려 1천여건 이상의 글을 올리는 등 파문이 커지자 해당 사이트들은 관련 글을 모두 삭제했다. B군은 홈페이지에 '정신적 고통을 안겨드린 것에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싣고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그러나 A군의 가족은 A군이 이전부터 왕따로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며 가해 학생들을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교 측은 "왕따시킨 장면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를 새로 마련한 학생이 이를 자랑하려 교실에서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내성적인 A군이 이를 피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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