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성장·세금 … 경제가 핵심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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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공식선거 운동 뒤 맞은 첫 주말 유세장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은 세금.일자리.기업.성장 등 경제 얘기를 쏟아냈다.

경제 이슈가 대선판을 장악했다. 전문가들은 17대 대선이 경제가 승패를 가르는 최초의 대선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선 반미(反美)정서를 둘러싼 이념 대립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효순.미선양 사건으로 거리에선 연일 촛불시위가 열리고,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의 '반미면 어떠냐'는 발언이 젊은 유권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미국 CNN방송은 서울시청 앞에서 성조기가 불타는 장면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경제와 관련된 정책 공약이 지지도를 극적으로 상승시키기는 어렵지만, 경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는 인물 이미지는 여론의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명박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도 경제 이미지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가 반영됐다는 일부 분석도 있다.

정동영 후보가 2일 대북 한반도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평화 경제 공동체' 개념을 제시하고 "경제 영토를 확장시키겠다"고 말한 것도 대북 문제를 최대 쟁점인 경제 이슈와 접목시키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듯 경제 이슈가 17대 대선을 가름하는 '시대 정신'으로 등장한 것에 대해 정치 컨설턴트 김윤재(미국 변호사)씨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국민은 지난 5년 동안 삶이 더 어려워졌고, 그 책임이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경제 이슈가 대선판을 주도하는 이유는 양극화 등으로 성장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국민의 경제 고통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기에 무슨 다른 이슈가 나타나도 외면해 버리는 이른바 '노무현 학습효과'를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 "경제가 살아나면 교육도 해결되고 국가 안보도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는 "아무리 거시지표가 좋아도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서민들은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요'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정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 핵심 쟁점으로 부각 안 돼=물론 경제 이슈가 17대 대선판의 전부는 아니다. BBK 사건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이슈는 경제 이슈보다 폭발력이 훨씬 크다. '부패 대(對) 반부패' 이슈도 여전히 남아 있는 변수다. 김윤재씨는 "BBK 사건의 수사 결과가 충격적인 것으로 나오면 현재의 모든 이슈를 압도할 정도로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부패 대 반부패 이슈는 국민의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작아 민주화 문제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패 대 반부패 이슈의 최대 재료인 삼성 비자금 사건은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불을 지피려고 전력을 쏟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정동영 후보 같은 메이저 후보들은 국가신인도 추락,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정면으로 쟁점화하지 않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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