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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계 드림라인 완성 … 세계시장 판도 바꾸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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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두산인프라코어의 박용만(52·사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 작업을 마무리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 ‘어태치먼트’ ‘유틸리티’ 세 사업부문에 대한 인수 자금을 조달해 마침내 이들을 두산의 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아일랜드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현지 법인을 세워 자본금과 인수대금을 차질 없이 입금했다. 인수대금 49억 달러와 운영자금 2억 달러 등 51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인수금융 프로젝트였다. 7월 인수 계약 이후 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지만 박 부회장이 몸소 나서 산업은행 등 국내외 금융회사들을 설득해 자금을 조달했다.

 박 부회장은 이번 계약이 성사된 직후 이례적으로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빅딜’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두산인프라코어 전 직원에게 보냈다. 그만큼 본인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과 아시아의 중대형 건설중장비 시장 1위다. 여기에 이번 인수 대상에 포함된 밥캣과 힘을 합치면 완벽한 제품 라인을 갖추게 된다는 설명이다. 밥캣은 지구촌 곳곳에 3500여 딜러망과 20여 생산공장을 갖춘 소형 건설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다.

미국에 체류 중인 박 부회장은 “2012년 건설기계 분야에서 매출 120억 달러를 달성해 글로벌 톱3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에 눈독을 들인 지는 오래다. 호시탐탐 기회를 봤지만 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 속을 끓였다. 박 부회장은 “5월 밥캣이 매물로 나왔을 때 미리 치밀하게 검토해 놓은 자료가 있었기에 다른 인수 경쟁업체보다 앞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M&A에서도 종전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인수 기업을 현지 인력에 의해 자율적으로 경영한다는 원칙 아래 인수 사업부문의 최고 경영진을 모두 미국인으로 채운 것. 밥캣 아메리카 사장인 데이비드 로울스는 이들 사업의 지주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인터내셔널(DII)의 CEO로 선임했다. 차기 밥캣 사장은 스콧 넬슨을 승진 선임하고 다른 사업부문의 경영진도 상당 부문 유임시키기로 했다.

 박 부회장은 “M&A 경험을 통해 우리의 파견 인력을 최소화하고 기존의 임직원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조직과 문화의 융합에 유리하다는 걸 배웠다”며 “특히 밥캣 부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큼 기존 임직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심재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박용만 부회장=박두병 초대 회장의 5남으로, 크고 작은 M&A를 통해 두산을 소비재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키웠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1982년 두산건설에 입사해 그룹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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