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 종전후 첫 시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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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종전 9개월이 지난 이라크의 팔루자에서 14일 '전투'가 벌어졌다. 외신들은 이라크가 미국에 의해 점령된 이래 처음으로 테러가 아닌 전투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종전 이후 끊임없이 발생해온 폭력사태와는 양상이 사뭇 달랐다. 저항세력은 멀리서 박격포를 쏘거나 폭탄을 장치한 차량이 돌진하는 등의 단발적 공격에 그치지 않고 이라크 민방위군 건물과 인근의 시장 집무실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지나가던 행인 등 37명이 사망했다.

복면을 한 50여명의 무장세력은 연합군정이 전후통치를 위해 세운 팔루자시(市)의 치안본부와 행정기관을 수십분 동안 공격했다. 적군 진지를 파괴하고 포로를 구출하려는 일종의 '게릴라 작전'이었다. 자동소총.수류탄.로켓추진수류탄(RPG) 등 중화기로 무장한 이들은 차량 세 대로 민방위군 건물에 도착해 수류탄을 던지고 수감돼 있던 죄수 1백여명을 풀어주기도 했다. 민방위군 지원병력이 도착한 뒤에도 15분가량의 시가전이 지속됐다.

공격시간도 이전처럼 경계가 느슨한 새벽을 틈탄 것이 아니라 대낮에 감행됐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특사가 현지 실사를 마치고 이라크 치안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오는 6월 말 이전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내린 지 24시간도 안돼 저항세력은 그의 말을 입증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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