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드라마 속 '眼癌 사망'에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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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5일 종영된 모 방송의 수목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눈의 암(眼癌)으로 사망함으로써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이 드라마뿐 아니라 많은 TV연속극이 주인공이 암으로 고통 속에 애처롭게 죽어가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암이라는 병에 대한 경각심과 조기발견에 도움을 준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극적 효과를 올리기 위해 암의 진행과정 및 치료 예후에 관계없이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같은 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실망과 상실감을 더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눈의 암은 걸리면 사망에 이르는 병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불편하기는 해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제 수명을 누릴 수도 있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젊은 나이에 사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눈의 암에는 망막세포종과 맥락막흑색종 등 두종류가 있다. 망막세포종은 주로 아기들에게서 나타나는 악성 종양으로 유전적인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가족 중 암에 걸리거나 걸렸던 사람이 있는 경우 임신하게 되면 유전적인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망막세포종의 치료는 방사선치료.냉동치료.수술 등의 방법이 있으나 주로 안구 제거 수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수술한 뒤 눈에 남아 있는 시신경을 검사해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거의 완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맥락막흑색종도 망막 근처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치료는 망막세포종과 거의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선진국에서는 드라마의 내용과 같이 방사선 물질을 안구의 뒤에 부착시켜 치료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잘 할 수 있는 병원이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구 제거 수술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고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안구를 제거한 뒤에는 의안으로 눈을 실제와 거의 같게 만들 수 있고 움직이는 의안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든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외국 논문에 따르면 눈 암의 치료 예후는 5년 생존율 65%, 10년 생존율 50%로 되어 있지만 조기발견이나 종양의 크기가 작은 경우는 5년 생존율 90% 이상으로 훨씬 좋은 경과를 나타낸다는 논문도 많다.

이상렬 연세대 의대 안과학 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