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이렇게 대대적으로 할 줄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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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이 30일 삼성증권 본사에 이어 이 회사 수서 전산센터, 삼성SDS 과천 이데이터센터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하자 삼성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된 것은 1966년 '한비 사건'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검찰 특별수사.감찰본부 관계자 40여 명은 이날 직원들이 출근하기 직전인 오전 7시40분쯤 미니버스 차량 3대에 나눠 타고 삼성증권 본사가 있는 종로타워 빌딩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삼성 측이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도록 바로 팀을 나눠 8층에서 14층까지 전 부서로 흩어져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14층 전략기획실과 재무팀 사무실, 12층의 배호원 사장실과 전무.상무급 임원 10여 명의 사무실에 장시간 머물며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e-메일 기록 등을 샅샅이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함께 압수수색당한 삼성SDS 과천 이데이터센터는 주로 그룹 금융계열사의 전산 자료를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데다 이처럼 대대적으로 수색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당황해 했다.

검찰은 오후 3시까지 7시간 동안 압수수색 끝에 사과박스 8개 분량의 서류 등을 압수해 갔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주식거래.관리를 위한 계좌 개설현황과 거래내역을 중점적으로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된 박스에는 국내주식.해외파생.해외주식 등 3개 부서 명의와 런던.홍콩.뉴욕 등 3개 해외법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삼성은 압수수색 대상이 서울 태평로 본사의 그룹 전략기획실을 포함해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SDI 등 전 계열사로 확대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 임원은 "압수수색과 관련한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해 어느 곳이 추가로 조사받을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12월 1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축하 꽃다발 대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게 돼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시에서 삼성 주가는 계열사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0.35% 하락한 56만50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0.99%), 삼성SDI(-0.47%), 삼성화재(-0.43%), 제일기획(-3.30%), 에스원(-6.24%) 등이 하락했다. 반면 삼성물산(2.70%), 삼성엔지니어링(8.05%), 삼성정밀화학(3.14%) 등은 상승했다.

홍병기.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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