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지수 올라도 개인은 돈 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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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한 인터넷 주식사이트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 마디로 '주부와 직장인의 투자성적은 D-~F, 전문직과 자영업자는 B-'라는 내용이다. 상대적으로 시간과 자금이 많은 사람은 투자 성적이 조금 낫고, 개인투자자들의 전반적인 투자 수익은 여전히 형편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도 개인들은 열명에 한명 정도가 이익을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직접매매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처럼 형편없는 개인들의 실력은 감히 외국인의 투자 실력과 자주 비교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와 수백억달러의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들은 자금력.정보력.분석력을 바탕으로 세계 증시를 주무르고 있다. 수많은 개인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개인들은 한두 종목을 사들이기도 어렵지만 이들은 20개 내외의 알짜주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도 이제는 이들 거대자본과 직접 매매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체득한 듯하다. 개인들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10조원을 빼내간 데 이어 올해도 13일까지 약 2조원을 '철수'시켰다.

그러는 사이 증시는 활황세가 이어지며 지난주엔 종합주가지수가 880선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초우량주로 평가하는 삼성전자 등 초일류 기업들의 지분은 더 빠른 속도로 이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지난주 말 기준으로 거래소 시가총액의 43% 정도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외국인 지분이 45%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좌절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눈앞에 두고 직접매매가 더욱 부담스러워진 상태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성과가 입증된 펀드에 돈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히 국내외 기관들의 수익률 게임에 말려들어 손해를 보는 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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