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과학용어>바이오머시닝-鐵먹는 박테리아로 금속표면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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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금속을 먹는 박테리아를 이용,철.구리 등 금속을 미세가공할 수 있는 기술이 일본 오카야마(岡山)대학연구팀에 의해 최근 발표됐다. 살아있는 공작기계를 이용한다고 해 「바이오머시닝」기술로 명명된 이 방법은 무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미크론(1천분의 1㎜)단위 박테리아의 생명활동을 이용,정밀가공을 실현할수 있는 기술이다.
오카야마대학 연구팀이 바이오머시닝 기술에 이용한 박테리아는 철박테리아의 일종인 치오바틸스 페로옥시던스(철산화세균).
이 박테리아는 광산에서 나오는 폐액이나 광물을 함유한 흙속등특수환경하에 살면서 금속등의 무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특수한생물(화학독립영양생물)이다.
철박테리아류는 물에 녹지않는 철분을 섭취,수용성으로 바꿔 배설하는 특성이 이미 알려져 영국에서는 석탄광산에서 나온 철로 인한 강물오염과 생태계 파괴문제를 해결하고자 철박테리아를 이용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1년 공업시험원이 철박테리아를 이용,도자기 주원료인 점토에서 철분을 제거해 국산점토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 등 이미 공업적 유용도가 알려졌지만 금속의 가공에 사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을 가공하려면 먼저 철산화세균을 채취,약 1주일간 배양액에 넣어 증식시킨후 특정밀도에 달했을 때 금속공작물 표면에 만들고 싶은 형상을 새긴 마스크를 씌워 배양액에 담가 진동기로 흔들어 주면 된다.
몸길이 0.5~1미크론에 불과한 박테리아가 금속표면을 먹어치워 가공하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글자의 선폭이 20미크론 정도인 정밀가공이 가능하다.
또 배양액에 금속을 담가두는 시간에 따라 가공량도 원하는대로제어할 수 있는데 실험결과 가공속도는 1시간에 구리 약 20미크론,황동이 약 18미크론,철은 약 14미크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머시닝 기술을 이용하면 기계를 사용했을 때 일어나는역학적인 변질이나 열의 영향도 전혀 받지않아 과학자들은 미래에이 기술을 이용한 초미세가공용 마이크로머신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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